[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연초부터 해외 수주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굵직한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활기가 돌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엔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소식이 뜸하다.
해외 수주액은 지난해 반토막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업계는 2분기부터 중동 지역에서의 발주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세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으나, 경쟁이 치열한 탓에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2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48억7933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02억2402만달러)보다 52% 줄어든 수치다. 수주 건수 역시 130건으로 지난해 동기(172건) 대비 24% 감소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태평양·북미(3억910만달러·61%↑)와 유럽(4억7543만달러·4538%↑)을 제외하고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과거 건설사들이 '노다지'를 캐기 바빴던 중동 지역은 7억6080만달러로 지난해(28억1191만달러)보다 72.9%나 감소했으며, 새로운 텃밭으로 떠오른 아시아 지역마저도 전년(63억9416만달러) 대비 52.7% 줄어든 30억1941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중동에서의 수주 감소를 만회하지 못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지난해 수주가 연초에 집중됨에 따라 발생한 기저효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대형건설사들이 잇달아 해외수주 낭보를 전하면서 이례적으로 예년 수준을 넘겼기 때문에 올해 실적 간 격차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SK건설은 지난해 2월 10억달러 규모의 베트남 롱손 석유화학단지 공사를 따냈으며, 포스코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도 각각 7억달러, 3억5000만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한 바 있다.
그럼에도 주력 공종인 플랜트의 수주 급감은 뼈아프다. 지난해 3월까지 24억6664만달러를 기록했던 화학공장 수주 실적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3억503만달러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5억달러와 4억달러를 기록했던 원유시설과 정유공장의 실적도 각각 2억달러로, 반토막이 난 상태다.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감소세가 지나치게 가파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1분기에 입찰이 몰려 올해 수주규모가 비교적 적어보이는 것"이라며 "플랜트 부문 수주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2분기부터는 건설사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대형 시장인 중동 지역의 대규모 공사가 발주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사우디는 총 38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리야드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카타르는 올해 발주 예상 금액을 340억달러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역시 전후(戰後) 재건사업에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업계의 새로운 '금맥'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중동 국가들이 종교나 경제, 문화 등에서 끈끈한 협력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 국가에서 건설 프로젝트를 성공할 경우 향후 인근 국가에서 발주하는 프로젝트에서도 국내 건설사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다만 이를 위안으로 삼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자금 조달 문제로 인해 수주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나 UAE의 발주 예정 프로젝트 중에 금융조달에 실패해 발주와 건설을 중단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면서 "경쟁국 업체도 공격적으로 입찰하고 있어, 투자개발형 사업 확대 등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