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항공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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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반세기 주역···총수일가 갑질·횡령·배임 오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이 8일(현지시간) 새벽 0시 16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폐질환으로 인한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향년 70세.

조 회장은 대한항공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1949년 3월 8일 인천에서 태어났다. 그는 경복고등학교와 인하대학교 공과대학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남가주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엠브리리들(Embry Riddle) 항공대학에서 항공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반세기 동안 회사를 이끌어 온 주역이다. 그는 1984년 정석기업 사장, 1989년 한진정보통신 사장,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을 차례로 역임하면서 △정비 △기획 △IT △영업 등 실무 분야들을 두루 거쳤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을 국내 1위에서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항공사로 성장시키기 위한 역할을 돈독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자체 소유 항공기의 매각 후 재 임차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으며 이라크 전쟁, 2001년 9.11 테러 사태로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졌을 때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2003년엔 유럽 항공제조업체인 에어버스(AIRBUS)사의 초대형 차세대 항공기 A380을, 2005년엔 미국 항공제조업체인 보잉(Boeing)사의 차세대항공기 B787기종 도입 결정, 그의 주도로 만들어진 글로벌 항공사 동맹체 '스카이팀(SKY TEAM)' 등은 2000년대 초반 항공업계의 변화 흐름을 잘 포착, 대한항공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 현재 스카이팀은 19개의 회원사가 175개국 1150개 취항지를 연결하는 대표적 글로벌 동맹체로 자리매김했다.

조 회장은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고심했다. 2010년대 미국 항공사들과 일본 항공사들의 잇따른 조인트 벤처로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중요한 수익창출 기반인 환승 경쟁력이 떨어지자 그는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JV) 추진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 대한민국 환승 경쟁력은 다시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이는 대한민국 항공시장의 파이를 한층 더 키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회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치와 성공개최에도 많은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2009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으면서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있었던 총회에서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을 진두지휘했고, 2014년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아 성공개최에 일조했다.

한편, 조 회장은 대중들의 기억 속엔 공보단 과실로 많은 대중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편이다. 특히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일명 '땅콩회항' 사건으로 촉발된 총수일가의 '갑질' 및 배임·횡령 문제가 불거져 도덕적 지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되는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장녀 조 전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1남 2녀와 손자 5명이 있다.

한편 한진그룹 관계자는 "현재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했으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진행해 회사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운구 및 장례일정과 절차는 추후 결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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