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70)의 갑작스런 별세로 오는 6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조 회장은 올해 IATA 연차총회 의장직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IATA는 1945년 세계 각국의 민간 항공사들이 모여 설립한 국제협력기구다. IATA 연차총회는 글로벌 주요 항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항공산업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현안을 점검하는 항공업계 최대 행사다.
IATA 는 지난해 6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 74차 연차총회에서 오는 6월 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되는 제 75차 연차총회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IATA 총회가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120여 개국 290여 개 항공사 최고경영자(CEO)와 제작사 등 항공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이번 IATA 연차총회 주관사는 대한항공으로, 전 세계 항공사를 대표해 조 회장이 의장으로서 이번 회의를 주관하기로 했었다.
조 회장은 IATA에서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위원과 31명의 집행위원 중 별도 선출된 11명으로 이뤄진 전략정책위원회(SPC) 위원을 맡고 있다. 조 회장은 IATA 집행위원은 1996년 이래 8번째 연임했으며, 전략정책위원은 2014년에 이어 2번째 연임했다. 임기는 3년으로 올해 6월까지였다.
앞서 대한항공은 올해 창립 50주년과 IATA 가입 30주년을 맞아 총회를 유치하고 주관사 자격을 얻기 위해 맡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진그룹 내부에서도 과거 조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았던 때만큼 IATA 총회는 국제적 행사로 간주해 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직 경영권 방어에 앞장섰던 대한항공 이사회는 "IATA 연차총회의 성공적 서울 개최 등 대한항공의 주요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항공전문가인 조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IATA 연차총회 개최를 진두지휘 했던 호스트인 조 회장의 빈자리를 누가 어떻게 채울지 아직은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IATA 총회 의장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의 '3세 경영'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조 사장이 전면에 나서 국제 항공무대에 이름을 알리며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당장 IATA 총회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회장님의 장례도 치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IATA 연차총회에 대해 논의하기엔 이른 시기"라며 "추후 관련 사항에 대해 내부적으로 회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