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최유희 기자] 국내 식품업계가 하나둘씩 식물성 대체육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고기가 아닌 고기', 일명 '비건 고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시장 공략에 나선 셈이다.
10일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윤리·환경적 소비에 대한 관심과 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는 '비건' 문화에 주요 식품업체들이 식물성 대체육류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류는 채소, 콩, 견과류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고기와 가까운 맛과 식감을 구현했다. 환경 문제, 건강상 이유, 개인적 신념 등으로 소고기, 돼지고기 등 실제 고기를 멀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최근 전세계적으로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세계 고기 대체식 시장 규모는 42억달러(한화 약 4조7500억원)에 달했다. 2025년엔 75억달러(한화 약 8조52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 규모는 초기 단계여서 정확하게 추산하기 어렵다.
다만 국내 채식 인구의 성장 속도를 살펴보면 앞으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채식 인구는 100만∼150만명이다. 2008년엔 15만명이었다.
채식은 ▲육류·어류는 먹지 않지만 달걀·유제품은 먹는 '락토 오보' ▲달걀은 먹지만 육류·어류·유제품은 먹지 않는 '오보' ▲ 유제품은 먹지만 육류·어류·달걀은 먹지 않는 '락토' ▲ 육류·어류·달걀·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는 '비건'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비건 인구는 50만명으로 추정된다. 채식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은 2010년 150여곳에서 2018년 기준 350여곳으로 늘어나 2배 이상 성장했다.
룻데푸드는 이날 식물성 대체육류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출시하고 국내 생산 및 판매를 시작했다. 이번에 롯데푸드에서 선보인 대체육류 제품은 너겟과 까스 2종이다. 통밀에서 순식물성 단백질만을 추출해 고기의 근섬유를 재현하고 닭고기 특유 쫄깃한 식감을 살렸다.
국내 식품 대기업 가운데 일명 식물성 고기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롯데푸드가 처음이다. 너겟과 까스는 지난달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았다. 롯데푸드는 너겟과 까스에 이어 스테이크, 햄, 소시지 등으로 식물성 대체육류 제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올해 엔네이처 제로미트 매출 50억을 달성하고, 앞으로 브랜드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롯데푸드 앞서 시장의 물꼬를 튼 곳은 동원F&B다. 동원F&B는 지난달 미국의 식물성 대체육류 브랜드 '비욘드미트'와 독점 공급계약을 하고, 온라인 쇼핑몰과 비건 레스토랑에서 선보였다. 비욘드미트 제품은 콩·버섯·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다.
비욘드미트 제품은 국내에서 한 달 만에 1만팩이나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기대 이상의 실적이라며 국내 대체육 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평가했다. 동원F&B는 이달부터 일반 대형마트에서도 비욘드버거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육류 대용식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국내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지만 동원F&B와 롯데푸드를 따라 식물성 대체육 시장이 점차 성장할 것"이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