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뉴스] 토스에 서린 이승건 대표의 '피·땀·눈물'
[CEO&뉴스] 토스에 서린 이승건 대표의 '피·땀·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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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전9기 만에 기업가치 1조3000억원 스타트업 설립
반복된 거절에 은행 문턱 닳도록 드나들며 제휴 요청
오프라인 금융 진출 대신 인터넷전문은행 도전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진=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진=비바리퍼블리카)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8번의 실패, 한 때 불법서비스, 4년 연속 적자.'

생존조차 의심스러운 성적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기업은 서비스를 너무나도 잘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가 무려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제는 국민 5명중 1명, 특히 10~20대라면 이미 일상이 돼버린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과거 성적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이제 핀테크 스타트업 중 처음으로 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유니콘(Unicorn)'이 됐고, 지난해 말에는 글로벌 투자사인 클라이너 퍼킨스, 리빗캐피탈 등으로부터 8000만달러(약 900억원)를 투자유치 했다.

소위 잘나가는 스타트업이 되기까지 비바리퍼블리카는 이승건 대표의 피, 땀, 눈물을 먹고 자랐다.

이 대표는 서울대 치대를 졸업해 마음만 먹으면 치과의사로 편안하고 순탄한 길을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창업에 도전했고, 소셜미디어·휴대폰 투표 앱·강의 포털 등 8번의 사업아이템은 내는 족족 실패했다. 이 대표는 그렇게 아홉번째 아이템인 토스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 2015년 토스는 계좌이체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래은행 애플리케이션과 공인인증서, 계좌번호가 필요하다는 공식을 깨버리고, 상대방 연락처만 있으면 송금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템을 내놨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은행망을 이용해야 했는데 위험을 싫어하는 은행업 특성상 사회경험도 부족한 청년이 찾아와서 냅다 망을 열어 달라고 하니 받아들여질리 만무했다.

실제로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승건 대표가 서비스 제휴를 위해 은행에 방문했지만 내부적으로 위험부담이 너무 높다고 판단해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이제는 너무 바빠 우리가 만나기 힘든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꾸준히 은행 문을 두드렸고 다행히 한 곳의 빗장이 풀리자, 눈 녹듯 연달아 제휴 은행이 늘어갔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다시 태클을 걸고 나섰다. 당국의 인가를 받은 범위에서만 사업을 영위(포지티브 규제)해야 하는데 토스는 그 인가범위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토스는 한 때 불법으로 내몰려 사업을 접어야할 위기에 처할 뻔 했다. 다행히 이 대표가 빠르게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을 받아들면서 정식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는 가능해도 국내에서는 불가능해 핀테크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한국에 적지 않다"며 국내 규제 수준에 맞춰 개발하면 해외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해외진출 비용이 엄청 높아진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식 서비스를 내놓은 이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항상 다음, 그 다음 아이템을 찾고 있었다. 토스는 두달이 멀다하고 서비스를 추가했고,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입지를 다져갔다. 심지어 보험대리점·증권사 진출 등 물망에 오르며 오프라인 금융사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결국 이 대표는 일을 냈다. 세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에 신청서를 낸 것. 당초 신한금융과 손을 잡았지만 그가 뜻을 굽히지 않자 결국 신한 측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서 접수 마감까지 불과 3일 남겨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는 눈도 깜짝않고 컨소시엄을 새로 구성했다. 막판에 참여한 한화투자증권이 없었다면 국내 금융사는 토스뱅크 컨소시엄에서 오히려 소외당할(?) 뻔 했다.

이 대표의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혁신금융심사위원회가 논의중인 금융규제 샌드박스 우선심사 대상에 비바리퍼블리카의 '대출 간편조회·신청 서비스'가 포함됐다.

이승건 대표에게 마이데이터 사업 할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바로 날아온 대답은 "저희 그거 꼭 해야 돼요."

이 대표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으로 앞으로도 계속 일을 저지를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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