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분양시장 영향으로 건설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주요 건설사들이 내실 갖추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분양 미수금이 늘어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말 분양 미수금이 3967억7200만원으로 전년 말 2594억1800만원 대비 5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건설도 분양 미수금이 전년 말(979억2700만원) 대비 2배(101.1%) 늘어난 1969억7900만원을 기록했으며, 대림산업은 전년에는 사업보고서에 표기되지 않은 분양미수금이 지난해 48억5500만원 규모로 생겨났다.
롯데건설의 경우 분양 미수금이 포함돼 있는 주택사업 미수금 중 청구분이 전년 같은 기간 4809억8800만원에서 지난해 말 6941억9100만원으로 2132억원이 증가했고, 미청구분은 6685억5000만원에서 6931억9100만원으로 264억원 늘었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분양 미수금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분양시장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분양 미수금은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분양사업을 진행하면서 받지 못한 대금으로, 중도금과 잔금 등이 포함돼 있다.
아파트 분양 시 계약금이 20%, 나머지 80%가 중도금과 잔금이라고 가정하면 일단 이 중도금과 잔금이 분양 미수금으로 산정된다. 건설사들이 부동산 분양사업을 확대할수록 자연스럽게 분양 미수금 규모가 커지지만, 최근엔 미분양이 발생하거나 계약자들이 분양대금을 미납한 경우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갈수록 미분양이 규모가 커지고 있어 건설사들의 재정건전성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올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5만9162가구) 대비 0.8%(452가구) 증가한 5만9614가구로 집계됐다. 올 들어 2개월 연속으로 증가 추세다.
준공 후 미분양인 악성미분양도 5개월 연속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해 9월 1만4946가구였는데 10월 1만5711가구, 11월 1만6638가구, 12월 1만6738가구, 올해 1월 1만7981가구를 기록하더니 지난 2월에는 1만8492가구로 늘었다.
업계에선 미수금 확대에 따른 건설사들의 부담감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손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증가폭이 큰 데다 향후 미분양 추가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준공 후 미분양이 여전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여서 당분간 미분양 위험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서울 등 특정 인기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사업을 준비하는 건설사들은 미분양 리스크 확대에 대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