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서울 교통편 개선 및 적정 분양가 필요"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최근 진행한 청약들이 완판은 고사하고, 잔여물량이 급증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불편한 교통은 물론,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3기 신도시 계양으로 수요가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합리적 분양가 및 획기적인 교통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의 미분양 물량은 지난 2월 말 기준 1799가구로 1월(1357가구)보다 32.6%가 늘어났는데, 이 중 검단신도시가 포함된 서구가 739가구로 인천 미분양의 40%가 넘는 물량을 차지했다. 서구의 2월 미분양 아파트 또한 1월(295가구)보다 약 250% 상승했다.
실제로 최근 검단에서 분양에 나섰던 단지들은 '전 주택형 미달'이라는 흥행 참패를 맛봤다. 이달 초 서구 당하동에 위치한 '인천 검단 AB4블록 대방노블랜드'의 청약에는 1274가구 일반공급에 단 87가구만 지원하면서 전용면적 75~108㎡, 7개 주택형이 모두 미달됐고, 지난달 서구 불로동에서 분양에 나섰던 '인천 불로 대광로제비앙'의 경우에도 555가구 모집에 35가구가 지원해 전 주택형이 미달되며 90%가 넘는 잔여물량이 발생했다.
그나마 지난 2월 대형건설사에서 분양에 나섰던 서구 원당동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도 1439가구 모집에 1496가구가 지원해 평균경쟁률 1.04를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일부 평형에서 미달돼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이처럼 검단신도시 분양시장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이유는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과 인근 3기 신도시 발표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검단신도시는 다른 신도시들과 다르게 서울로 바로 연결되는 지하철이 없다. 계양역으로 이어지는 검단연장선이 계획돼 있지만 이는 2024년 완공될 예정으로 5년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현재 검단신도시 내 서울 도심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시내버스와 지하철 등을 경유해 약 2시간가량 이동해야 여의도·강남·광화문 등의 중심업무지구로 이동이 가능하다.
교통편이 불편한 점은 물론, 지난해 말 검단과 인접한 계양이 3기 신도시로 꼽힌 점도 침체 원인으로 꼽힌다. 계양 테크노밸리 신도시는 앞선 2기 검단신도시보다 서울과의 직접적인 거리도 가깝게 위치하고, 인천지하철 1호선을 따라 부지가 형성돼 있어 역과의 접근성이 용이하다. 또한, 향후 간선급행버스(BRT)와 연계국도 확장 및 고속도로가 신설되는 등 교통인프라가 개선됨에 따라 서울로의 직주근접은 더욱 나아질 전망이다.
김영진 부동산114 팀장은 "현재 검단신도시의 가장 큰 문제로 교통이 꼽히고 있지만, 예정된 교통 대책들이 새로 입주하고 나서도 수혜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3기 신도시인 계양으로 수요가 분산되는 데다가 계양의 분양가가 저렴하게 나온다는 점 등으로 비춰볼 때, 수요자들이 서둘러 청약을 넣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1일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고 비조정지역 공공택지의 전매 제한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했다. 이로 인해 인천과 같은 비조정지역의 경우 기존 1년보다 되팔 수 있는 기간이 2년 더 늘어나면서 투자수요까지 감소해 올해 분양에 나서는 단지들이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검단 내 미분양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달 말 인천 서구를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올해 검단신도시 내 분양 물량은 최대 1만 가구까지 예정돼 있어 미분양 우려가 더욱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합리적 분양가 선정과 서울과의 접근성을 높여야 하고, 동시에 정부의 규제 완화도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가격민감도가 매우 높아져 분양가 측면에서도 수요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적정한 가격이 나와야 한다"면서 "인천 1호선 연장선 조기착공 등 서울과의 직주근접을 높일 수 있는 교통편을 확대해 서울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과열돼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로 시장이 교란되는 것을 막고자 전매제한을 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사업장이 초기부터 미달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전매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