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3·4세대 재계 총수들···"장점 살리고 단점 보완!"
시험대 오른 3·4세대 재계 총수들···"장점 살리고 단점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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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 로고. (사진=각 그룹사)
주요 그룹 로고. (사진=각 그룹사)

[서울파이낸스 서예진 기자] 최근 몇 년 간 대통령의 외국 순방에 참여하는 경제사절단의 면면이 상당수 달라졌다.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동행한 경제사절단 면면으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작고) LG그룹 회장, 조양호(작고) 한진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한중 우호협회장이었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이었다.

그러나 5년 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차 평양을 방문하던 당시 동행한 경제인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었다. 또 이듬해 1월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최한 '기업인과의 대화'에도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 외에도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권교체가 진행된 불과 몇 년 사이 재계에서는 총수들의 세대교체가 대거 이뤄진 것이다.

여기에 최근 조양호 회장이 작고하면서 한진그룹도 3세 경영 시대를 맞았다. 금호아시아나의 박삼구 회장도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에 따라 전격 사퇴했다. 이에 주요그룹 중 10년 넘게 총수 자리를 지키고 있는 60대 이상 오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도가 남게 된 상황이다.

이같이 재계를 이끌던 1, 2세대 총수들이 물러나면서 비교적 젊은 나이의 3, 4세대 리더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이들은 전세계적인 불황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우선 3, 4세대 총수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을 통해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대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구광모 회장은 미국 로체스터 공과대학에서 공부했고, 정의선 부회장도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최태원 회장(시카고대)과 박정원 회장(보스턴대) 등도 모두 해외 유학파다.

과거 1, 2세대 기업인들이 카리스마를 앞세운 강력한 리더십으로 기업을 이끌었다면, 이들은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구내식당을 방문해 직원들과 셀카를 찍는 모습이 공개됐고, 최태원 회장은 직원들과 정기적인 대화에서 격의 없는 모습을 보인다. 정의선 부회장은 복장 자율화와 함께 지난 2월엔 자사 수소전기차 넥쏘를 시승하는 셀프영상을 선보여 '소통 경영' 행보를 보였다. 이는 선대 회장 때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이들은 과거 '산업화 시대'와는 다른 기업 환경 속에서 총수 자리에 올랐다.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글로벌 시장 경쟁도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시장에 안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들의 장점인 '해외 유학 경험'은 '현장 경험 부족'이라는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유학 기간이 길어지면서 현장 경험을 쌓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업화 세대인 1, 2세대 총수들과 달리, 이들은 변화된 한국 사회 속에서 재계 총수를 맡았다. 재벌의 '제왕적 총수 시대'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추세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형 재벌' 문화도 전환의 시기를 맞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주요 그룹들이 잇따라 자회사 독립경영과 이사회 중심 의사결정 구조를 채택하는 방식으로 과거의 선단식 경영에서 탈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SK그룹의 경우 최근 지주사인 ㈜SK의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직하도록 한 정관을 변경해 최태원 회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났고, 삼성그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그룹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사실상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LG그룹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계열사 최고경영진 역할을 강화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더해 과거와 같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사라졌고, 현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이 재벌그룹의 변화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재계에선 현재의 그룹 총수는 여전히 그룹 내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중앙집권식 경영'의 장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할아버지·아버지 세대와 같은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지 않은 3, 4세대 총수들은 과거에 비해 유리하지 않은 경영 환경과 맞닥뜨린 상황에서 그룹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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