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우승민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오는 2022년 예정인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시행을 2년 이상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 회계기준에서는 보험금 부채 평가 기준이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기 때문에 가격 변동에 따른 책임준비금이 증가하고 자본 부담이 늘어난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루마니아에서 개최될 세계보험협회연맹(GFIA) 총회에서 IFRS17 추가 연기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유럽과 한국 등 글로벌 보험사(IFRS17 글로벌 협의체)들은 2021년으로 예정된 IFRS17 시행을 2023년으로 2년 연기해야 한다며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요청해 왔다. 하지만 IASB는 지난해 11월 정례회의에서 2022년으로 1년 연기만 받아들였다.
이에 IFRS17 글로벌 협의체는 한 달 후인 지난해 12월 곧바로 '1년 추가 연기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동 서한을 IASB에 제출했다. IASB는 이후 개최된 두 번의 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총회에서 IFRS17 시행시기를 2021년에서 2022년으로 연기된 바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할 시간이 빠듯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IFRS17 기준에 맞춰 후순위채권 발행 등 자본확충에 나섰지만 보험 내수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실적이 악화되면서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FRS17 도입 시기가 늦춰졌지만 자본확충과 시스템 구축 등 2년 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일부 대형사들을 제외하면 2년 안에 준비를 완료할 수 있는 보험사들은 없을 것"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최근 유상증자나 후순위채·신종 자본증권 발행, 보장성보험 비중 확대 등을 통한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여의치 않아 이자비용이 높은 후순위채 등 신종자본증권 발행 시 보험사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말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여력(RBC) 비율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평균 RBC비율은 12월 말 261.2%로 9월 말 보다 0.7%p 줄어든 수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형 보험사들은 여전히 자본확충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본확충에 따른 전문가(계리사)와 시스템 구축 미비 등으로 어려움이 많아 IFRS17과 K-ICS의 연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