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여의도 63빌딩 철수 계기로 '연쇄 이탈' 우려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한화그룹 계열 유통기업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손을 떼면서 연쇄 이탈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29일 이사회를 열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내 갤러리아면세점 63의 영업을 오는 9월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한화갤러리아 쪽은 "백화점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 채비를 본격 추진하려는 경영적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한화갤러리아가 면세점 사업을 철수한 이유는 타임월드 법인이 지난 2016년 영업손실 178억원을 낸 이후 매년 적자가 쌓였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에 따르면, 3년간 영업손실은 1000억원이 넘는다.
2014년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며 업계에 첫발을 디딘 한화갤러리아는 2015년 서울 지역에서 15년 만에 허용된 신규 시내면세점 티켓 중 하나를 거머쥐었다. 당시 면세사업에 진출하려는 대기업들이 이른바 '시내면세점 대전'을 벌였고, 그 결과 한화갤러리아와 함께 HDC신라면세점(신라아이파크면세점)·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두산(두타면세점)·하나투어(SM면세점) 등이 허가를 받았다.
2015년 당시 한화갤러리아와 함께 시내면세점 사업 허가를 따냈던 다른 사업자들도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디에프는 최근 영업이익이 늘며 성장한 반면 두산과 하나투어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최근 하나투어는 6개 층으로 운영했던 서울 종로구 SM면세점 규모를 줄였다. 화장품·패션잡화 중심 2개 층으로 축소하며 허리띠를 졸라 맨 것이다.
SM면세점의 지난 3년간 누적 적자는 693억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해보니, SM면세점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138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매출은 585억원으로 2017년 913억원보다 36% 줄었다.
지난해 가까스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두타면세점 역시 지난 3년간 누적 적자가 605억원에 이른다. 루이비통·샤넬 등 명품 브랜드가 없는 대신 심야영업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던 두타면세점은 영업시간을 오전 2시까지에서 오후 11시까지로 축소했다. 운영면적도 9개 층에서 7개 층으로 줄였다.
하나투어와 두산은 아직은 면세 사업에서 철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HDC신라와 신세계는 최근 영업이익이 증가세다. 지난해 HDC신라는 10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2017년(52억원)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신세계 역시 지난해 3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2017년(145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업계에선 "예정된 결과"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시내면세점 수가 늘면서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2조1656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면세점 업계에겐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여파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준 대신 보따리상(다이궁)이 늘었다. 다이궁들은 주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을 중심으로 회현동 신세계면세점, 장충동 신라면세점을 돌면서 짧은 시간에 물건을 대량으로 사들인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면세점 업계는 다이궁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면세점업계는 적립이나 선불카드 발급 등 이벤트를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 다이궁에게 인기가 높은 강북권 시내면세점은 매출의 15% 안팎을 송객수수료로 주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다이궁에게 인기가 적은 강남권 시내면세점이나 중소면세점은 20~30%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송객수수료는 2017년보다 약 14.8% 늘어난 1조3181억원으로 집계됐다.
송객수수료는 다이궁에게 되돌아간다. 중국 여행사는 수수료 일부를 가져가고 다이궁에게 나머지를 돌려주면서 모객 행위를 한다. 면세점 간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다이궁만 배를 불리는 셈이다. 게다가 다이궁은 프로모션과 수수료율 등을 확인하며 혜택이 높은 면세점을 골라 다닌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 서울 지역 시내면세점 추가를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를 열고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발급을 논의할 예정이다. 관세법 시행령을 보면 광역자치단체별 시내면세점은 매출이 전년보다 2000억원 이상 늘거나 외국인 관광객이 20만명 이상 증가하면 신규 특허 발급이 가능하다. 서울과 제주는 지난해 이 요건을 충족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15년 특허권을 남발하면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는 등 면세시장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짚었다. 그는 "다음달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는 아직은 성급한 상황"이라며 "시장이 안정화되고 난 뒤 경쟁력이 있는 업체가 특허권을 취득한다면 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