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으로 풀려 투기화...집값잡기 댓가 너무 커
[서울파이낸스 이광호 기자]<lkhhtl@seoulfn.com>행정도시와 신도시 건설 등 공공개발사업으로 지난한 해 동안 무려 3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이 '토지보상금'이라는 명목으로 시중에 풀렸다. 참여정부 4년간 풀린 돈을 합치면 73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와 내년에도 약 50조원 추가로 풀릴 예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 '토지보상금공화국'이라고 비아냥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액수도 액수려니와 대부분 현금으로 지급됐다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이에, 과잉 유동성이 주 요인으로 지목된 부동산 시장에 불어닥친 투기열풍이 이들 토지보상금에서 상당부분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뒤늦게 '채권보상'이나 '대토보상제'를 들고 나온 것이 이를 반증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행정착오다.
더구나, 참여정부가 4년간 총 7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풀면서 기업도시, 혁신도시 건설 등 지역균형발전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뒀지만, 수도권 인구 집중은 되레 심화됐다. 이에, 오는 2013년까지 수도권에 연간 30만가구 이상을 공급하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계획이 추진되고 있으나, 집값안정을 위해 치른 경제사회적 희생이 너무 큰 것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3일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주택건설과 도로건설 등 공공 개발사업을 위한 토지 취득면적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997년 206㎢였던 토지 취득면적은 2001년에 120㎢까지 떨어졌으며 2005년에도 137㎢에 그쳤으나 작년에 393㎢로 크게 늘었다. 이에, 작년에 풀린 토지 보상비는 사상 최대인 29조9185억원으로, 2005년의 17조2615억원보다 무려 73%나 늘었다. 폭증이다.
작년 보상금 중 토지보상비가 26조8477억원으로 90%를 차지했으며, 지장물보상 2조2713억원, 영업보상 2920억원, 농업보상 2032억원, 어업보상 379억원, 이주대책비 555억원, 기타 2106억원이다.
토지보상비만을 놓고 보면 작년 보상액은 최근 10년간 보상비(102조6887억원)의 26%에 해당하는 금액. 이중 중앙행정기관이 17조716억원, 지방자치단체가 9조1461억원을 각각 보상했다. 사업별로 보면 주택사업이 15조2013억원으로 56%를 차지했으며, 도로 3조5886억원, 공업 및 산업단지 1조5815억원, 댐 건설 939억원, 기타 6조3823억원 등이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들어 4년간 풀려나간 보상금을 모두 합치면 총 73조4002억원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출범 첫해인 지난 2003년 10조352억원, 2004년 16조1850억원, 2005년 17조2615억원, 지난해 29조9185억원 등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참여정부 막판 발표된 송파와 동탄 2지구, 인천검단, 파주3지구 등 잇단 신도시 개발로 올해와 내년 50조원 안팎의 보상금이 추가로 풀리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천문학적인 보상금으로 전국 개발지 주변의 땅값이 들썩이고, 이는 곧 인근 집값 상승과 기업 채산성 저하, 국민 세부담 가중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데 있다. 최근들어 부동산 시장에 어느 정도 소강국면에 접어든 게, 그 나마 다행이지만, 그 댓가가 너무 컸다. 마치 환율방어를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입하면서도 성과는 거두지 못했 외환정책을 답습한 것이나 진배 없다.
한편, 행정도시와 혁신도시 이전이 시작되는 2010년부터 판교와 송파, 검단, 파주 3차, 동탄 2차 등 2기 신도시 입주가 맞물리면서, 수도권 신도시와 지방 혁신, 행정, 기업도시의 동시 공동화 등 추가적인 후유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광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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