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아이 러브 피코크(I love PEACOCK).'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피코크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문구다.
이마트의 식음료 자체 브랜드(PL) 피코크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PL은 유통업체가 독자 개발해, 제조사로부터 납품받아 직접 관리하고 판매한다.
피코크는 꿩과에 속하는 새인 '공작'을 일컫는다. 외래어 표기법은 '피콕'이 맞다. 이마트에 따르면, 피코크는 1970부터 신세계백화점에서 팔았던 의류 PL이었다. 피코크 와이셔츠는 한 때 큰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초반 신세계백화점에서 사라진 피코크는 2013년 이마트에서 가정간편식(HMR) 중심 식품 PL로 거듭났다.
피코크에 대해 이마트는 "우수 협력업체와 함께 '맛'을 최우선으로 삼고, 자체 디자인 팀을 꾸려 포장지까지 품격과 멋을 더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피코크는 정용진 부회장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세상에 없는 유통왕국'을 꿈꾸는 정 부회장은 이미 시장에 나온 간편식을 따라가면 절대 선두에 설 수 없다고 판단하고, 차원이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피코크 상품 하나가 출시되기까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이 걸린다. 먼저 상품 개발 담당자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상품화 가능성과 시장성 평가를 거친다. 이를 통과하면 조리법(레시피) 개발, 생산 담당 협력사 물색, 시제품 생산·평가·개선 과정이 기다린다.
이마트는 피코크의 최우선 가치로 맛을 꼽았다. 피코크개발팀은 가성비가 아무리 뛰어나고 세상에 없는 상품이더라도 내·외부 맛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상품은 출시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
한 끼 때우는 용도로 인식되던 간편식을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특급 호텔 요리사 5명도 채용했다. 신세계조선호텔, 신세계푸드 등 관계사와 협업은 물론 순희네 빈대떡, 홍대초마짬뽕 등 유명 맛집과도 손잡았다.
포장지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 맛과 함께 디자인이 소비자의 중요한 선택 요란 점을 주목한 것이다. 피코크본부엔 디자인 전담 부서가 따로 있다.
2013년 첫선을 보인 피코크 매출은 34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2500억원으로 치솟았다. 물론 상품 수도 200종에서 1000종까지 늘었다. 인기상품은 '피코크 새우볶음밥'과 '피코크 육개장' 등이 꼽힌다. '피코크 티라미수케이크'도 연간 100만개 정도 팔리는 인기상품 중 하나다.
피코크의 성장에는 정용진 부회장의 남다른 사랑이 큰 몫을 했다. 정 부회장은 점심 약속이 없을 때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 있는 피코크 비밀연구소에서 끼니를 해결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자신의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을 통해 피코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마트는 피코크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7년 9월 홍콩 슈퍼마켓 체인 웰컴과 피코크 수출 계약을 하고 현지에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엔 미국 로스앤젤레스 번화가에 있는 상업시설 임대차 계약을 했다. 6층 규모 건물 중 1~3층을 임차해 그로서란트 매장인 ‘PK(피코크키친)마켓’을 차리기로 정했다. 그로서란트는 식재료를 판매하는 그로서리와 레스토랑을 합친 매장을 말한다.
이마트는 지난 2016년 스타필드 하남에 PK마켓을 처음 선보였다. 과거 미국 재래시장 분위기를 살린 PK마켓은 소비자들이 식재료를 사서 바로 조리할 수 있는 곳이다.
이마트는 미국 PK마켓의 개장 시기를 올해 하반기로 잡았다. 1층과 2층을 매장(3104㎡)으로 꾸미고 3층(1699㎡)은 사무실로 활용한다. 미국 PK마켓은 피코크와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미국 PK마켓에 취급할 피코크 상품 가운데 상당수는 아시안 음식일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열린 신세계그룹 상생 채용 박람회에서 한국뿐 아니라 일국,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음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피코크를 이마트 PL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 고급 식품 브랜드로 키울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