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침체된 오프라인 유통사업을 직접 챙기며 구원투수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재계와 롯데그룹 쪽 설명을 종합하면, 신 회장은 6월 초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 강종현 롯데슈퍼 대표, 이광영 롯데자산개발 대표 등과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신 회장의 일본 출장 이유는 국내 소비시장 변화로 위축된 오프라인 유통사업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함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업계 시선이다. 이번에 대동하는 계열사 CEO가 백화점이 아니라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복합 쇼핑몰 개발·운영 등 위기를 체감하는 계열사라는 점 때문이다.
신 회장 일행은 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 채널을 직접 둘러보고 한국 시장에 도입하거나 접목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보다 앞서 침체기를 겪은 일본 유통시장 최신 트렌드를 계열사 CEO들과 직접 둘러보며 벤치마킹할 내용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일본 이온그룹의 유통 계열사와 무인양품 등을 둘러보면서 침체에 빠진 유통사업의 활로를 모색한다는 복안이다. 이온그룹은 체인 브랜드 '이온'과 슈퍼마켓 '맥스밸류', 편의점 '로손' ·'미니스톱' 등 200여 개 계열사와 대형 복합 쇼핑몰 사업을 운영 중이다. 또 일본 생활용품 기업 무인양품은 세계 25개국에 진출해 4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의류와 가정용품 가구 식품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상품을 기획·개발하고 제조 유통 판매한다.
또 신 회장은 최근 일본에서 유행하는 오프라인 소규모 특화점포, 전문점을 중심으로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오프라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존 마트나 슈퍼 형태가 아닌 일본에서 유행하는 소규모 전문점, 프리미엄 점포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롯데마트가 선보인 냉동식품 전문매장인 '프레지아' 역시 신 회장의 아이디어다.
앞서 올해 초 신년사에서 신 회장은 "글로벌 사업에서 기존 이머징 마켓 전략을 재검토하고 선진국 시장 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총 8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2% 상승했다. 롯데가 사드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2017년 해외 매출이 전년과 견줘 7%가량 내려앉았던 것을 고려하면 해외 사업 매출이 어느 정도 회복 국면에 들어선 셈이다.
신 회장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롯데는 올해 1월 오세아니아 면세점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롯데면세점은 호주 JR듀티프리로부터 호주 4개 지점(브리즈번공항점, 멜버른시내점, 다윈공항점, 캔버라공항점)과 뉴질랜드 1개 지점(웰링턴공항점)을 인수했다.
신 회장 역시 해외 주요 시장을 직접 찾으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신 회장은 최근 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 에탄분해시설(ECC)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미국을 찾은 신 회장은 백악관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롯데의 현지 투자 계획 등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에는 지난 1월 두 차례, 2·3월에도 각각 1차례씩 일본을 찾으며 현지 상황을 챙겼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연이어 방문하며 ‘신남방정책’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 말에도 신 회장은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김정환 롯데호텔 대표·김교현 당시 롯데케미칼 대표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베트남을 방문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해외 현장을 직접 챙기는 것이 자주 있는 일"이라며 "다음 달 초 유통 계열사 대표들과 일본 출장을 가는 건 맞지만, 세부 일정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