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면세용 화장품'의 국내 불법 유통이 줄어들까. 앞으로 면세점에서 팔리는 화장품엔 별도 표시를 하게 되면서 업계 관심이 쏠린다. 12일 관세청은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국산 화장품의 국내 불법유통을 막기 위해 면세점용 물품임을 확인할 수 있는 표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면세품 현장 인도제'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외국인은 시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살 경우 출국장이 아닌 현장에서 받을 수 있는데, 최근 일부 유학생이나 보따리상(다이궁)이 제도를 이용해 면세품을 대량으로 산 뒤 국내에 빼돌려 시장질서를 어지럽혔다.
'의무' 표시제가 아닌 만큼 화장품 회사 재량껏 시행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관세청은 "불법 유통 문제가 심각해지면 면세물품 미표시 제품의 현장인도를 불허할 수도 있다"면서 제도에 발맞춰줄 것을 에두른다.
석창휴 관세청 수출입물류과 사무관은 "국내 불법 유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에 자신 있다면 표시를 할 필요 없다"면서도 "국내로 유통되면 강력하게 대응하는 만큼 업체 자체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화장품업계에선 면세점 매출 비중이 높은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이 먼저 면세용 표기를 시작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1일부터 '더페이스샵'과 '수려한' 화장품 상자에 도장을 찍었고, 향후 '더 히스토리 오브 후(후)'를 비롯한 럭셔리 화장품에도 표시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일찍이 가맹점에서 취급하는 '이니스프리'를 비롯해 '설화수'와 '한율', '아이오페', '마몽드'에 면세용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여왔다. 다만 디자인이 서로 달라 면세용과 국내 시판용이 명확히 구분되는 화장품엔 별도 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 품목이 많지 않고 표기 공간이 적은 메이크업 제품에도 면세용 표시가 안 됐지만, 향후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면세용 화장품 표시제'는 화장품 업종 가맹점주들이 "면세용 화장품이 외국인 중간 도매상을 통해 싼 값에 국내로 풀린다"며 관세청에 요구해왔던 제도이기도 하다. 화장품 업종 가맹점주들은 이번 제도 시행에 대해 만족하진 않지만, 관세청의 '강력한' 처벌에 대해선 긍정적이란 평가를 내렸다.
전혁구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 공동회장은 "표기 범위가 100%가 아니고 일부 브랜드는 제외되기 때문에 미완적"이라면서도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불법 유통이 되는지 주시하면서, 걸릴 경우 현장 인도를 폐지한다고 한 점과 향후 면세물품 표시제 의무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부분은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면세물품 표시제와 별도로 면세점과 화장품업계, 세관 직원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단속반을 운영해 주기적으로 국산 면세 화장품 불법 유통에 대한 단속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장 인도를 악용해 면세품을 국내에 불법 유통하는 구매자에 대해서는 최대 1년까지 현장 인도를 제한할 방침이다.
불법 유통시킨 물품이 적발되는 경우 보세구역에 반입 명령을 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는 등 조치도 취할 예정이다. 관세청은 면세점을 통한 국산품 판매가 수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정부 혁신 차원에서 구매 물품을 탁송으로도 반출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개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