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2년째 2위 유지···키움, 1건 맡고도 4위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올해 증권사들의 기업공개(IPO) 주관 성적이 예년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코스피 기업의 상장을 모두 책임지며 독주 체제를 유지, 'IPO 명가'로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형사인 대신증권의 약진이 이어졌고, 그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던 하나금융투자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날 현재 4379억8000만원(5건)의 상장 주관 실적을 올렸다. 올해 유일한 코스피 신규 상장사인 현대오토에버와 드림텍의 상장을 모두 주관한 것이 주효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게임 기업 SNK의 증시 입성 재도전과 컴퍼니케, 카스텔바쟉 등의 코스닥 상장을 맡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주관 실적 2321억4400만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2분기가 채 지나지 않은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순위에서도 5위로 내려앉아 전통적 IPO명가의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올 들어 뚜렷한 상승세를 타면서 2년 만에 선두 탈환이 유력하다.
NH투자증권과 현격한 차이를 두고 있지만, 대신증권의 돌풍은 여전히 거세다. 대신증권은 주관 건수는 2건에 불과하지만, 1818억원에 달하는 공모 성적을 올렸다. 공모 규모만 1728억원에 달해 '코스닥 최대어' 에코프로비엠의 상장을 주관했다. 이로써 전통 강자들 따돌리고 2위에 올라섰던 지난해 파죽지세를 이어나갔다.
하나금융투자의 약진도 주목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천보(1000억원)과 웹케시(252억2000만원), 마이크로디지탈(161억원) 등 3곳의 상장을 주관해 총 1413억2000만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로써 그간 'NH·미래·한투'로 굳어졌던 3강 체제를 깨뜨릴 조짐이다.
키움증권은 코넥스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한 지노믹트리 1곳의 상장을 맡으며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모규모가 1080억원에 달한 덕분이었다. 현재까지 증시에 입성한 기업 가운데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해 선두에 등극했던 미래에셋대우는 813억9000만원(2건)에 그쳐, 5위로 내려앉았고, 삼성증권(2건·804억6700만원)이 간발의 차로 뒤를 이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 NH투자증권의 '선두 굳히기'가 높게 점쳐진다. NH투자증권은 기업가치 1조원에 달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매트리스 회사 지누스의 상장을 맡았다. 또, 아직 연내 증시 진입이 확실치 않지만, 올해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의 상장도 단독 주관하며 상승 탄력을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증시가 불안한 국면을 지속하는 데다, IPO시장도 위축된 상황에서 공모 규모 조(兆)단위 '대어급'의 부재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다양한 업종의 중소형사가 증시에 출사표를 내민 만큼, '2인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순위 다툼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IPO시장을 주도했던 바이오업종이 최근 발생한 각가지 악재로 시장에서 주춤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2차전지 기업 등 여러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상장이 잇따를 것"이라며 "중소형 딜을 많이 맡아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축한 증권사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