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해외로'·중견사 '사업 다각화' 초점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신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주택부문 먹거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제한된 파이를 놓고 수주 경쟁을 벌이기보다 신시장 개척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최근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 명동지구에 첨단산업 및 지식기반 산업기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산업단지 조성사업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 사업은 총면적 50만6238㎡에 원전부품 소재단지 육성을 위한 특화단지와 원전부품 연구소, 전시관 유치 등 원전부품 클러스터를 건설하는 것으로 사업비는 509억원이다. 반도건설은 명동지구 산단 조성사업에 이어 대형 컨소시엄사업인 김해대동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 수주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반도건설은 '쌍문역 청년주택 신축공사'의 시공사로 선정되며 청년주택 사업에도 진출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주택경기 불황으로 인해 기존 공공택지 중심의 주택사업에서 토목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도시정비사업, 복합개발사업, 대형개발, 비주거상품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센터 개발 시장 진출에 나서는 건설사도 있다. 우미건설은 지난 3월 물류센터 개발 펀드(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에 2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377억원 규모의 이천시 소재 물류센터 시공권을 따냈다. 이는 우미건설의 수도권 물류센터 개발사업 첫 투자다.
이마트가 최대주주로 있는 신세계건설은 물류센터 시공뿐 아니라 내부 운영 시스템 구축에도 나설 예정이다. 기존 보유한 물류자동화 기술력에 신선물류센터 구축 노하우를 더해 최적의 물류센터 모델 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건영은 최근 계열사인 건영개발을 통해 KY자산운용을 설립하고, 물류센터 개발사업 등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신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GS건설은 민자발전산업(IPP) 디벨로퍼로서 우크라이나 서부 자카르파티아 지역에 설비용량 기준 24MW(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소를 개발하는 사업에 나선다. 우크라이나 태양광 발전 개발사업에 진출한 것은 국내 업체 중 GS건설이 처음이다.
이 사업은 우크라이나 서부 헝가리 국경지역 인근인 자카르파티아주 무카체보시 인근 45헥타르 부지에 각 12.6MW, 11.5MW 용량의 2개 태양광 발전소를 동시에 건설하게 되며, 2020년 4월 상업운전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총 사업비는 2400만 달러로 30%는 GS건설에서 자본금을 출자하고, 나머지 70%는 현지은행에서 차입해 조달하는 구조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번 태양광 발전사업을 발판으로 우크라이나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해 추후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건설은 벨기에 PDH(Propane Dehydrogenation) 플랜트 실시설계(FEED·Front End Engineering Design) 수주에 성공하며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서유럽 PDH 플랜트 시장에 진출했다. PDH는 프로판가스에서 수소를 제거해 프로필렌(석유화학 제품 기초 원료)을 생산하는 공정이다.
SK건설은 글로벌 화학 기업인 이네오스(INEOS)와 벨기에 앤트워프 석유화학단지에 PDH플랜트 건설을 위한 FEED 계약을 체결, 약 12개월 동안 해당 사업을 수행한다. SK가스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 역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해 FEED 단계부터 상업 가동 기간까지 사업 전 단계 운영 노하우를 이네오스에 전수할 계획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신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주요 수익원인 주택시장이 침체된 탓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전국 주택인허가실적은 3만5616가구로 전년동월 대비 23.8% 줄었다. 최근 5년 평균(4만8806가구)에 비해서는 27% 줄어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택·건설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건설사들도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주택 이외의 부문에서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에도 정부가 주택시장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은 낮은 만큼 건설사들도 신사업 진출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