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손해보고 매각하기에는 부담...가격 차도 커"
[서울파이낸스 우승민 기자] KDB생명이 산업은행 출신을 부사장으로 채우면서 매각작업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동안 잠잠했던 '낙하산 인사' 논란도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백인균 KDB산업은행 부행장(경영관리부문장)이 KDB생명 수석부사장으로 내정됐다. KDB생명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공식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정재욱 사장과 함께 취임한 임해진 수석부사장은 3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백 부행장은 산은에서 기업금융,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벤처투자, 사모펀드(PE) 등의 업무를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다. 특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KDB생명 매각을 이르면 연말까지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힌바 있어, KDB생명의 인사도 매각을 위한 선행 조치로 풀이된다.
KDB생명은 지난 2017년 761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지난해 순이익 64억 원을 거두며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에는 100억원의 순익을 시현했다. 2017년 한때 108.5%까지 떨어졌던 지급여력비율(RBC)도 3월 말 212.8%까지 올라가 금감원 권고치(150%)를 웃돌았다.
앞서 이 회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보험 전문가인 정재욱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당시 과거 산업은행 출신으로 채웠던 낙하산 경영에 마무리를 짓는 것이라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수석부사장 인사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내정된 것은 없으며, 본격적으로 매각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은 없다"며 "지금은 안건들을 고려하고 있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에 따른 매각 수순 전망에도 불구하고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KDB생명 매각은 투입된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데, 일반적이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매각의지가 있다면 할 수 있다"며 "국가가 주주인데, 손해를 보고 매각하기에는 현 의사결정권자에게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자가 매입 후에도 투입돼야 할 돈이 크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받고 싶은 금액과 차이가 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KDB생명에 1조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다.
금융권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선다 해도 KDB생명의 향후 미래 가치 산정 등이 부정적이어서 이동걸 회장의 매각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매각 과정에는 난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