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실적 내림세를 걷고 있는 제이에스티나가 정구호 디자이너를 영입해 재도약에 나선다. 2003년 브랜드 출시 후 처음으로 손을 봐 1020세대까지 아우르겠다는 목표다.
22일 정구호 제이에스티나 부사장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재단장을 통해 브랜드 고유 정체성은 살리면서 젊고 쿨한 이미지를 부각해 감각적인 삶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워너비 브랜드로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사장은 여성복 '구호'를 만든 인물로,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휠라코리아에 몸담았다. 노후화된 휠라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바꾼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올해 초엔 제이에스티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영입됐다.
그는 과감하게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덴티티(BI)부터 바꿨다. 이전 폰트(활자꼴)는 곡선이 많았지만 간결해졌고, 티아라(왕관형 머리 장식) 그림의 군더더기도 뺐다. 브랜드 색상은 보라에서 분홍으로 바뀌었다.
가격도 통 크게 낮췄다. 기존 핸드백은 50만원대가 주를 이뤘지만, 새롭게 단장한 상품들은 20만~30만원대다. 디자인이 바뀌고 무거운 장식이 빠지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주얼리 역시 기존 10만~20만원대에서 6만~10만원대로 낮췄다. 다이아몬드를 쓰고 부자재에 신경을 썼지만, 금보단 상대적으로 싼 은 제품을 선보이면서 가격이 내려갔다.
박찬희 상품기획실 실장은 "브랜드 출시 때부터 함께 했던 2030세대 소비자들이 이젠 3040세대가 됐는데, 앞으로 10대 소비자까지 끌어들이기 위해 디자인을 재구성했다"며 "화려한 체인 장식을 넣거나 클립, 아이스크림 장식을 귀걸이에 녹여 재밌게 꾸몄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 상품들은 벌써 면세점, 백화점에서 반응이 좋다"고도 귀띔했다.
정 부사장은 주얼리부터 핸드백, 화장품 모든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총괄했는데, 가장 공을 들인 부문은 화장품이다. 젊은층이 화장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도록 쓰임새를 다양화했다. 입술과 볼, 눈에 모두 바를 수 있는 '조엘 컬러 바'가 대표적이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에서 헤라를 기획했던 황보윤경 이사까지 기획 총괄로 들여왔다. 내년엔 정식으로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고, 2~3년 안에 화장품으로만 500억원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제이에스티나는 1988년 토종 시계 회사 로만손으로 출발했다. 이후 2003년 선보인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가 인기를 끌면서 2011년 같은 이름의 핸드백 브랜드까지 내놨고 2016년엔 사명을 제이에스티나로 바꿨다. 2017년 '제이에스티나 뷰티'까지 선보이며 카테고리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매출은 점차 꺾이기 시작했다. 제이에스티나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6년 1703억원이었던 매출액은 매해 1399억원, 1274억원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8억5646만원으로, 전년 4828만원보다 적자 폭이 늘었다.
한편 이날 팝업(임시) 매장은 송파구 양재대로 제이에스티나 본사나 매장이 아닌 성동구 연무장길의 한 공장에서 선보였다. 변신을 시도한 만큼 '공간'에도 차별성을 둔 것이다. 정 부사장은 "브랜드 재단장 계획을 성수동에서 한번도 소개되지 않았던 공간에서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