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의 교역조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 1단위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 양이 4년 10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19년 6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9.96(2015=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4.6%, 전월 대비로는 0.8% 각각 하락했다. 지수는 2014년 8월(89.69) 이후 4년 10개월만에 최저치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상품 1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을 의미한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 지난 2017년 12월부터 19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년 대비 낙폭을 보면 지난 2월(-2.7%) 이후 4개월만에 최대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기존과 똑같은 양을 수출해 번 돈으로 과거만큼의 수입제품을 사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지난달 순상품교역지수가 내린 것은 수출가격(-8.8%)이 수입가격(-4.4%)보다 2배이상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반도체 수출 둔화에 가격 하락 악재가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총 상품의 양인 소득교역조건지수(순상품교역조건에 수출수량지수를 곱해 산출)는 95.62로 전년 대비 11.6% 떨어졌다. 소득교역조건은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수출금액지수는 103.65로 전년 대비 15.5% 하락하며 지난해 12월(-3.7%) 이후 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락폭은 2016년 1월(-18.1%) 이후 3년 5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운송장비(0.6%) 부문 등의 수출금액이 소폭 증가한 반면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24.1%), 화학제품(-16.2%) 등의 수출금액이 크게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출금액지수에서 물가요인을 제외해 산출하는 수출물량지수는 106.29로 전년 대비 7.3% 떨어져 두달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물량 낙폭도 수출가격과 마찬가지로 2016년 1월(-7.6%) 이후 3년 5개월만에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 역시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의 수출물량지수가 8.7% 하락한 게 컸다. 화학제품도 -6.2%로 나타났다.
수입물량지수는 102.71로 6.7% 하락했다. 2개월 연속 하락이다.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3.5%) 등이 증가했으나 광산품(-12.7%), 기계 및 장비(-14.2%) 등이 더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수입금액지수는 128.3으로 10.8% 하락하며 2개월째 내림세를 지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