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중국산 전량 '관세장벽'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다시 확전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미·중 무역 협상이 뾰족한 진전 없이 장기전 양상으로 흐르자, 곧바로 '관세 힘겨루기'가 되풀이되는 흐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다음 달 1일부터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고율의 '관세 폭탄'은 아니지만, 사실상 중국산 수입품 전량에 대해 '관세장벽'을 쌓게 되는 셈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총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나머지 3250억 달러어치에 대해서도 '25% 관세'를 경고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예고했던 25%보다는 낮은 10%를 선택한 것은 '진행형'인 무역 협상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음 달 재개되는 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미중 고위급 무역대표단은 이번 주 '상하이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9월 초 미국 워싱턴DC에서 협상을 이어간다는 점에는 합의했다. 구조적 이슈까지 타결짓는 포괄적인 합의는 커녕,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로 구매하고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스몰딜'도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관세 예고'는 지지부진한 협상에 대한 강한 불만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중국이 내년 11월 미국 대선까지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윗에서 "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들이 얻는 합의가 현재 협상보다 훨씬 더 가혹하거나 아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추가적인 대중(對中) 관세가 부과된다면 1년 넘게 진행된 무역전쟁의 수위가 대폭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역전쟁 확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뉴욕 금융시장이다. 주가지수는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80.85p(1.05%) 내린 2만6583.4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6.82p(0.90%) 하락한 2953.5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64.30p(0.79%) 내린 8111.12에 각각 마감했다.
채권금리는 큰 폭으로 내렸다. 시장의 불안감과 맞물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부각되면서 국채가격이 강세를 보인 것이다. 채권값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4%p 내린 1.894%에 거래를 마쳤다. 2개월여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근 3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폭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9%(4.63달러) 미끄러진 53.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화하면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누른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