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미중무역 갈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에 뉴욕증시가 이틀째 급락했다.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데 대해 중국은 이에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뉴욕증시에 충격이 커지고 있다.
2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98.41포인트(0.37%) 하락한 26,485.01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7.05포인트(1.32%) 급락한 8,004.07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21.51포인트(0.73%) 내린 2,932.05에 거래를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상승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모습이다. S&P500 지수는 이번주에만 3.1% 빠졌다.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3000억달러 물량의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추가 관세를 실행에 옮길 경우 중국은 부득불 필요한 반격 조치를 할 것이며, 국가의 핵심이익과 인민의 근본이익을 결연히 지킬 것"이라며 "일체의 결과는 모두 미국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추가 관세 예고에 대해 강대응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다.
장쥔 신임 유엔주재 중국대사 역시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대화를 원한다면 대화를 할 것이고, 그들이 싸우고 싶다면 싸울 것이라는 중국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대응책을 반드시 강구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반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경한 입장과 동시에 그는 "올바른 방법을 통해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미국이 올바른 길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며 협상을 통한 해결을 원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중국의 맞대응 의지가 전해지면서 월가에는 무역전쟁 확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중국이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 압력에 백기를 들지 않으면서 9월 초에도 양국간 협상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경계심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산 농산물의 대량 구매를 포함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중국이 판단할 경우 아예 협상에서 발을 빼고 무역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씨티그룹의 리강 류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발표는 신뢰에 커다란 흠집을 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5월 초 2000억달러 물량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예고했을 때 류허 중국 국무원 경제 담당 부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해 담판을 가졌지만 이번에도 같은 움직임을 취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마크 해펠레 UBS글로벌자산운용 수석투자책임자는 "미국의 대중국 추가관세는 기업들의 심리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만약 기업들이 고용을 줄인다면 경기침체의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우려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10%의 대중국 추가관세가 25%로 인상된 뒤 4~6개월 가량 유지될 경우 9개월 이내 경기침체가 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미국산 소고기의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 확대 소식이 전해지며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지만, 전쟁 수준으로 확대되는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악재를 이겨낼 재료로 작용하지는 못했다.
지난 6월의 신규고용이 기존 22만4천명에서 19만3천명으로 하향 조정된데 대해서는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와 이로 인해 연방준비제조(Fed)가 보다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증시에 상존했다.
이날 종목별로는 관세 위험이 커진 애플 주가가 2.1%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기술주가 1.68%, 에너지가 1.35% 각각 하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9월 25bp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99.6%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46% 하락한 17.61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