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미-중 환율전쟁 등 불확실성 영향
전문가들 "투자보다 자산 분배 차원 접근 필요"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국-중국간 환율전쟁으로 인해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인 달러 예금으로 고객들이 다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인이 달러에 투자를 할 때는 위험 대비(리스크 헤지)와 포트폴리오 구성 목적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9일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7일 기준 총 349억8700만달러였다. 7월말 잔액(350억400만달러)에 비하면 1700만달러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원·달러 환율이 1200원으로 돌파한 이후, 달러예금이 다시 늘면서 8월 들어 은행들의 잔액 감소폭이 줄고 있다.
특히 달러 예금 잔액이 가장 많은 KEB하나은행의 경우 이달 들어서도 1일 124억5800만달러, 2일 122억4300만달러, 5일 121억7900만달러로 꾸준히 감소했으나 6일(122억4400만달러)과 7일(126억2200만달러) 이틀간 총 4억4300만달러나 늘었다. 원화로 환산하면 5362억5150만원이 몰린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은행은 8월1일~7일 기간 달러 예금 잔액이 1억7500만달러, KB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9500만달러 증가했다.
당초 달러 예금은 7월 들어서면서 미·중 무역분쟁 휴전과 북핵 협상 대화 분위기가 형성돼 외환시장 안정성이 커지면서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7월 1일 1163원을 기록한 뒤 중순을 지나면서 1170~1180원대에 안착했다.
8월 들어서도 미국 트럼프대통령 당선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200원 선을 넘어서자(8/2일) 고객들은 환차익 실현에 나섰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결정하고,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자 외환시장도 크게 출렁가리기 시작했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한 판단' 리포트를 통해 "7월 FOMC 회의 이후 그 동안 자산시장을 뒷받침했던 유동성 기대가 후퇴함과 동시에 미중, 한일 무역분쟁 격화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며 "일본 엔 등 일부 선진 통화는 달러대비 강세를 보였으나, 한국 원화를 비롯한 신흥 통화는 약세가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금융 자산은 결국 다시 원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달러를 향할 수 밖에 없었다.
민경원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안전자산의 개념은 위험한 순간 사고 싶은 자산이냐,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수 있는 자산이냐는 등 정의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달러의 경우 국가 신용등급 등으로 미뤄 보더라도 원화에 비해 당연히 안전자산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위험을 감지한 자금이 이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인이 달러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리스크 관리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의견을 보탰다.
민 애널리스트는 "개인은 시장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투자 개념보다는 헤지로 접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최근 환율이 급변하는 가운데 1200원대에 고착화하는 것으로 판단한 고객들이 달러 예금에 자금을 맡기고 있다"면서 "고객들도 환율이 오르거나 떨어질거라는 방향성보다 포트폴리오 분배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