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號는 난파선이 아니다. 단지, 선주가 바뀌었을 뿐이다.
신한지주에 매각된 조흥은행의 새 선장을 선임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기자의 소감이다.
조흥은행이 106년 역사를 지닌 은행중의 은행이요, 국내 주식회사 1호 기업이라는 상징성이나 역사성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되도록 매각보다는 독자생존을 모색할 수 있기를 내심 바랐던게 사실이다.
그같은 심정은 비단 조흥은행에 몸담았거나 몸담고 있는 전현직 임직원들의 바램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일정부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폭 넓은 인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여곡절끝에 결론은 매각쪽으로 났고, 그 대상은 신한지주로 가닥이 잡혔다.
앞서 지적했듯이 조흥은행의 특수한 입장과 위상을 감안하더라도 이 문제는 정서적으로만 볼 문제가 아님 또한 틀림없다.
중요한 국가정책의 하나요, 은행산업 정상화를 위한 시금석이기에 대외신인도등 복잡한 요소들을 따지고 따져서 내려진 어려운 결론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당국의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고, 그래서 조흥은행 임직원들의 분노를 자극,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든 측면도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자잘못을 떠나 결론은 매각으로 났다.
문제는 매각으로 가닥이 잡힌이후 조흥은행이 보여준 이런 저런 행태들이다.
정부를 대표한 예금보험공사는 신한지주로의 매각의 전제조건으로 향후 3년간 조흥은행 출신이거나 현직 직원중에서 은행장을 선임토록(독자경영)한다는 단서를 달았었다.
이같은 주장은 조흥은행 직원 대다수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었고, 일단 수용됐었다.
조흥은행과 같은 한국을 대표하는 큰 은행이 무리없이 합병은행과 통합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도 보여지는 대목이다.
물론, 매각협상이 매듭난 이후 새경영진, 특히 행장 선임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불거진 불협화음의 핵심인 최동수전부행장을 후보로 선정한 점만을 놓고 본다면 조흥은행안팎에서 일고 있는 불만의 표출들에 대해 이해할 여지가 없지 않다.
조흥은행출신으로 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는 인사를 단독후보로 선정한 것에 대해 노조가 불만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다수의 직원들조차 일종의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신한지주가 조흥은행출신이라는 문구를 교묘하게 이용해 실질적으로는 조흥은행출신으로 보기 어려운 인사를 은행장으로 영입, 합병초기부터 자신들이 의도하는 강도높은 개혁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비쳐지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전부행장이 행장후보로 선출되기까지의 내막을 들여다 보면 문제가 그리 간단치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조흥은행내 신구세력(?)간 알력으로 투서가 오가는등 니전투구의 양상을 보임으로써 스스로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만 것이다.
최전부행장으로의 낙점이 애시당초부터 신한지주의 의중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내부알력에 의한 어부지리說은 많은 조흥가족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선주가 바뀌었으니 선원들로서는 불안할 것이다.
우선 자신들의 입지에 불안감을 갖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경영진(임원)의 심경은 더욱 그러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이 된다.
그래서, 이왕이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인물이 새 선장으로 낙점되기를 은근히 바랬을 것임은 인지상정이라고 본다.
선원들, 특히 간부급 선원들의 인사는 선주의 의중에 의해 좌우되겠지만 그래도 선장의 의사도 고려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정도의 바램이나 의사표현이면 좋았으련만 선원, 특히 간부급이 자중지란에 빠져 과거 관치시대 인사철에나 볼 수 있었던 투서가 오가는 구태를 보인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금융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최전부행장 낙점이 당초 신한지주의 의중이아니라 조흥은행 임직원들의 혼란상을 틈타 신한지주측이 나중에 선택한 의도하지 않았던 카드가 사실이라면 이는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태운 꼴과 무엇이 다를까.
이강륭씨나 홍칠선씨중 한 사람이 행장으로 낙점되는, 그 어느 선택보다도 못한 선택의 빌미를 스스로가 제공한 셈이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조흥은행은 106년의 역사가 말해주듯 한국을 대표하는, 저력있는 은행이다.
그런데, 단지 주인이 바뀌었을뿐인데 마치 난파선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행태를 보인 것은 스스로를 참담하게 하는 일이 아닐까.
나의 자리도 중요하지만 106년 역사를 지닌 배의 선원이고 간부라면 적어도 자신의 자리에 연연하는 소아적인 모습보다는 배가 방향을 잃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제대로 항해할 수 있도록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대승적 판단을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었을까.
현시점에서 조흥은행 매각협상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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