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R의 공포···자취 감추는 '상고하저' 환율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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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악재에 널뛰기 장세···하반기 상단 1245원까지 열어둬야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올해 원·달러 환율 '상고하저(상반기 원화 약세, 하반기 원화 강세)'를 점쳤던 외환시장 전문가들이 속속 하반기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1245원까지 상단을 열어놔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미중 무역분쟁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 하고 있는 데다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중국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 미국 2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가 역전된 데 따른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등 원화 가치에 하방 압력을 주는 재료들만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사진=서울파이낸스DB)

1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세계경제 불황 가능성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갈등에 더해 유럽 경제를 이끄는 독일에서도 경기 이상 신호가 짙어진 데 따른 것이다. 14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연 1.623%까지 떨어지면서 2년물 미 국채 금리(연 1.634%)를 밑돌았다. 이 같은 역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역사적 사례들이 많았던 만큼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더 높아질 공산이 커졌다.

◆무역분쟁 장기화·日 수출규제···환율 변수 산적 = 이미 우리 외환시장은 변동 폭을 넓히고 있다. 무역분쟁 수위에 따라 지난 4~5월 단기 급등하던 환율은 6월 들어 하향안정화 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평균 1183.29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6월 1175.62원으로 전월 대비 0.6% 떨어졌다.

그러다가 일본의 1차 수출규제가 시작된 7월 1일을 기점으로 다시 오르기 시작해 이달 들어 급등락을 다시 반복하고 있다. 이달 1일(1188.5원)부터 이날(16일·1210.8원)까지 원·달러 환율은 22.3원 급등했다. 특히 지난 13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6.0원 1222.2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올해 가장 높은 수준이며, 2016년 3월 2일(1227.5원)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국내 경기둔화 우려, 북한발(發) 지정학적 리스크 등 국내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시장에 반영된 상황에서 최근 급등락의 원인은 이제는 환율 전쟁으로 번지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과 유럽의 경기둔화 우려, 일본의 수출규제 등 악재가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특성상 외풍이 잦아들지 않고 도리어 거세지자 외환시장도 그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원·달러 환율 1200원대, "끝 아니다" = 전문가들은 앞서 내다봤던 환율 상고하저 전망을 속속 거둬들이는 추세다. 익명을 요구한 N사 연구원은 "하반기 환율 전망을 리서치하우스 차원에서 수정하고 있어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당초에는 하반기 미국의 경기 둔화와 유럽의 경기 개선이 엇갈리며 둘 사이의 경기 차가 축소되고, 미 달러의 하락압력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아울러 원화의 경우 경기 선행지수 개선세와 수출회복에 따른 자본재 수입증가 등이 강세를 지지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들이 하반기 초입부터 속절없이 깨지면서 전문가들은 대외 여건 변화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최대 1245원선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환율) 방향성은 더 위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가격 측면에서는 수정 전 예상이었던 1180~1190원을 이미 상향한 상태라 전 고점이었던 1245원까지 (상단을) 열어놔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하준우 DGB대구은행 차장(수석딜러)는 "글로벌 주요국의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있고, 이는 하반기 글로벌 경기 전망이 전체적으로 비관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쉽사리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원·달러 환율이 1230원 이상으로 뛰어오를 가능성도 낮다. 이는 리먼사태 등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고서는 그 위에서 거래된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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