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 속 가계빚 1560兆 육박···'부채 디플레이션' 우려
'R의 공포' 속 가계빚 1560兆 육박···'부채 디플레이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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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증가 속도보다 여전히 빨라···소비위축·성장하락 '뇌관'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올 2분기말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1560조원에 육박했다. 정부가 고강도 규제책을 꺼내든 영향으로 빚 증가 속도는 1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최근 심상치 않게 제기되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속에서 부채 증가는 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하락하면서 빚 부담은 늘어나는 '부채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9년 2분기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1556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가계신용이란 은행이나 보험, 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합한 가계 빚을 뜻한다.

2분기중 증가규모는 16조2000억원으로 전분기(3조2000억원)보다 확대됐으나 전년동기(24조1000억원)에 비해서는 증가폭이 축소됐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정부가 가계대출 고삐를 바짝 조이면서 축소하는 추세다.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은 2~3년 전에는 10%대를 넘었지만 올해 2분기에는 4.3% 늘어 2004년 3분기(4.1%) 이후 증가폭이 최저치를 나타냈다. 2016년 4분기(11.6%) 이후 10분기 연속 증가세가 둔화했다.

단 가계 빚의 작년 대비 증가세(4.3%)는 둔화하고 있지만 올해 1분기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년동기 대비 1.2%), 순처분가능소득 증가율(3.6%)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계 빚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 빚이 경제 규모와 소득보다 빨리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최근 R의 공포 속에서 부동산 대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게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2분기중 가계신용을 대출 내역별로 살펴보면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가계대출 잔액은 1467조1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조4000억원(1.1%) 늘었다. 예금은행에서 빌린 돈은 전분기말 대비 13조3000억원,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5000억원, 기타금융기관 등은 1조6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예금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9조원 늘어났다. 전분기 증가폭(7조원), 전년동기 대비 증가폭(6조원)과 견줘 모두 확대된 수치다. 아파트 입주 등에 따른 집단대출 증가와 전세자금대출 수요 지속, 계절적 요인 등에 주로 기인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침체 국면에서는 주가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하락하는데 물가 상승률이 너무 낮아 실질적인 빚의 무게가 오히려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또 가계는 빚을 갚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소비를 줄인다. 이에 물가는 더 낮아지고 GDP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감소한다. 

올해 2분기 기준 지출항목별 GDP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수출과 투자 부진으로 민간 기여도가 -0.2%p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4분기(-0.3%p) 이후 반년 만에 마이너스 전환이다. 성장률 기여도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는 것은 성장률을 까먹을 정도로 경제활동이 위축됐다는 얘기인데, 여기서 더 내려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산가격이 떨어지는데 빚 부담은 늘어나는 부채 디플레이션이 나타나면 결국 물가 상승률과 성장률이 다시 낮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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