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최근 약세장이 지속하는 가운데 불투명한 공시를 자행하는 코스닥 상장사가 늘고 있어 투자자들로 하여금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상장사 스스로 투명 공시를 위한 자발적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증시 성장판은 더욱 닫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달부터 전날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되거나 예고된 건수는 한 달여간 30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9건)과 비교해 57% 급증한 수준이자, 코스피 시장(5곳)보다 6배를 웃도는 규모다.
불성실 공시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이미 공시한 내용을 전면 취소하거나 부인하는 '공시번복'이 14건으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공시불이행' 사례는 12건으로 뒤를 이었다. 특정 공시를 신고 기한까지 이행하지 않은 경우가 해당한다. 기존 공시내용을 일정 비율 이상 변경하는 '공시변경'은 4건으로 집계됐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벌점이 부과되고, 해당 벌점 부과일로부터 과거 1년 이내 누계벌점이 15점을 넘을 경우 유가증권시장상장규정 제47조제1항제12호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 △매매거래 정지 △상장폐지 등 제재를 받는다.
코스닥 상장사 녹원씨엔아이는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타인에 대한 채무보증 결정 사실을 뒤늦게 공시한 이유에서다. 거래소는 이에 대해 벌점 11점과 공시 위반 제재금 4400원을 부과했고, 고의의 중대한 공시 위반으로 공시책임자 교체도 요구했다.
한류타임즈는 유상증자 결정 및 전환사채발행 결정에 대한 공시를 번복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거래소는 이에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했고, 벌점 9점, 공시 위반 제재금 3600만원을 부과했다. 최근 1년간 한류타임즈에 부과된 벌점은 20점으로, 15점 이상에 해당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추가로 발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가뜩이나 부진한 상황에서, 투명 공시라는 기본적 의무마저 소홀히 해 불신을 야기하는 기업이 더러 발견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된다면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시장 발전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의 공시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선 금융당국의 보다 무거운 제재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부실 공시에 대응키 위해 코스닥시장 공시 건전화 대책을 마련했다. 신규 상장사나 중소기업 대상 공시대리인을 허용하고,컨설팅을 통해 공시 작성 역량을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거래소도 수도권과 지방에 소재한 기업을 찾아가 직원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맞춤형 공시 교육'을 실시하는 등 기업 투명 공시를 위해 주력하고 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노력으로 불성실 공시를 줄이는 데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원천 차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공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자 하는 기업의 자체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