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미국 항공제조업체 보잉(Boeing)사의 B737NG 계열 기종에서 동체 균열 결함이 발견되면서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국내항공사가 보유한 해당 계열 기종 가운데 9대에서 같은 결함이 발견돼 운항이 중지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긴급안전점검 회의를 열고 내달 초까지 비행시간이 적은 항공기 또한 모두 살펴볼 예정이며, 이상 증세가 발견될 경우 즉시 운항을 금지할 계획이다. B737NG 계열 항공기는 737-600,700,800,900 등이 있다.
31일 보잉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이 결함 공지에 따라 점검한 B737NG 1133대 가운데 지난 24일 기준, 4.67%에 해당하는 53대에서 동체 균열이 발견돼 운항이 중지됐다. 구체적으로 몸체와 날개의 연결 부분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문제는 이미 국내에 해당 기종이 총 150대 들어와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이착륙 3만회 이상 항공기 42대를 긴급 점검한 결과, 9대에서 동체 균열이 확인돼 운항을 중단했다. 항공사별로는 대한항공 5대, 진에어 3대, 제주항공 1대다.
최근 제주항공 회항착륙, 아시아나 A380 항공기 엔진 시운전 중 화재 등 결함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항공사 안전실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국토부는 9개 국내 항공사를 대상으로 긴급 안전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구체적으로 2만2600회 이상 비행한 B737NG 22대에 대한 점검을 내달까지 끝내기로 했다. 비행 횟수가 적은 항공기에 대해서도 기준에 도달하기 이전에 점검을 시도할 계획이다. 만일 점검 결과, 해당 기종에 동체균일 추가적으로 발견된다면 즉시 운항이 금지된다.
이로써 해당 기종을 보유하고 있는 항공사들은 진땀을 빼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B737맥스 추락사고로 인한 운항중단,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한 일본 노선 수요 급감 등으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데 B737NG의 운항중단 명령까지 내려지면 더욱 극심한 적자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B737NG 계열 기종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 31대, 진에어 22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보유 중인 각각의 45대, 26대 항공기 모두 보잉의 B737NG 계열인 B737-800기종이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이스타항공 또한 21대를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경우 지난해 12월, 차세대항공기라 불리는 B737맥스8 2대 도입해 국내선을 시작으로 향후 싱가포르 등 중거리 노선에 투입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소프트웨어 결함 문제로 두 차례 추락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운항이 금지됐다. 이 항공기는 현재 인천공항 주기장에 방치돼있다. 이스타항공은 차선책으로 올해 7월, B737-800 2대를 도입했으나 이 기종마저도 결함이 발생된 것이다.
이에 보잉은 결함이 발생된 부위의 부품을 전체 새것으로 교체하면 균열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잉의 기술진은 내달 초 방한해 동체 결함이 발견된 항공기를 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보잉 기술진이 도착한 후 점검과 부품 교체만 하는 데에도 최소 3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이미 이달 초 운항 중지 명령을 받은 9대 항공기는 완전한 운항을 재개하기까지 두 달이란 시간을 기다려야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수익성 악화로 인해 불황을 겪고 있는데 이번 악재까지 겹쳐지면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두 달간 띄우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손실 등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건우 보잉코리아 이사는 "항공기 결함에 따른 운항 중지와 관련해서는 항공사 측과 논의가 당연히 이루어질 것"이라며 "가장 우선적으로 집중해야할 것은 안전하게 정상 운항이 가능하게끔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이달 초 B737NG 계열 항공기 동체 구조부에서 균열 사례를 발견하고 각 항공당국에 긴급점검을 요구하는 감항성(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성능) 개선 지시를 발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