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올 3분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건설업계가 4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주택경기 침체로 수주절벽 위기에 놓인 데다 해외수주 실적마저도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을 발표하면서 업계 전반에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향후 실적 개선을 위해선 그간 버팀목이 돼 왔던 주택사업보다 해외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대우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사의 올 3분기 매출액은 13조61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조6999억원)에 비해 13.2% 감소했다.
업체의 실질적인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뒷걸음질했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3개사의 영업익이 줄면서 5개사의 영업이익 총액은 지난해 1조721억원에서 올해 9106억원으로 15%나 감소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실적이 악화된 것은 그동안 주 수익원이었던 주택 부문의 매출이 기대를 밑돌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규 수주실적의 경우 3분기가 지나도록 50%를 하회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목표달성률이 가장 낮은 곳은 대림산업으로, 올해 10조3000억원을 수주목표로 제시했지만 올 3분기 목표치의 30% 수준인 3조620억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삼성물산 역시 올해 들어 4조3930억원의 수주액을 올리면서 목표치(11조7000억원) 대비 38% 수준에 머물고 있다. 13조4700억원을 목표로 제시한 GS건설은 6조6290억원의 수주를 확보, 목표치의 50%를 밑돌았다. 이밖에 현대건설(17조8440억원)과 대우건설(7조4220억원)은 각각 74%, 70%의 목표 달성률을 보였다.
문제는 4분기에도 건설사들의 실적 개선세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의 주택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건설사들의 경영 불안 요소도 많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당분간 분양공급 축소가 불가피한 데다 이번 발표가 '1차 지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은 물론이고 업체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4분기 실적에 대한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전문가들은 해외사업이 향후 수익성의 관건이 됐다고 진단한다.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설사들은 해외발 긍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는 것.
실제 대우건설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8%나 줄어들었음에도 국내 건설사 최초로 LNG 액화 플랜트 원청사 지위를 획득한 '나이지리아 LNG Train 7' 본계약이 4분기에 이뤄질 전망이라는 점, 2020년엔 카타르, 모잠비크 등 LNG 액화 플랜트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GS건설의 경우 카타르 암모니아, 오만 PTA, 사우디 라빅 턴어라운드, 베트남 냐베 1-1 등 다수의 프로젝트가 연내 혹은 내년 상반기에 결정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상반기 낙찰의향서를 받은 이라크 바스라 유정 해수공급시설 사업의 본 계약과 함께 파나마 도시철도 3호선, 알제리 복합화력발전소 등 수주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국내 재개발·재건축 수주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면서도 "수년 전부터 준비해 온 해외수주가 연말 혹은 내년에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수주의 영향이 향후 실적도 완만한 성장세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재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건축부문 매출과 수주, 분양 모두 부진하다"며 "건설 주가 상승의 트리거는 해외수주에 있다. 해외 플랜트 매출 증가가 건설업체의 실적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