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목동은 분양가상한제와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자사고나 특목고 폐지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명문으로 불리는 학교로 배정받을 수 있는 단지를 보면 집주인이 부르는 가격이 어마어마할 정도예요." (양천구 목동 H공인중개소)
'날 선 규제'에 몸을 웅크리던 매매수요가 최근 서울 목동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규제망에서 벗어난 데다 정부의 정시 확대, 자사고·특목고 폐지 방침에 '교육 특구'로의 입지가 부각되면서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과 좋은 매물을 선점하려는 학부모들의 경쟁이 맞물리면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다시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찾은 서울 양천구 목동.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발표된 지 일주일가량 지난 현재, 이 일대 아파트 단지의 분위기는 다소 차분했다. 핀셋 규제가 적용된 강남권 정비사업장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것과 달리 목동은 상한제 적용지역에서 제외되면서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상한제 발표 이후 가장 먼저 변화가 찾아온 곳은 목동 일대 공인중개소다. 이날 만난 중개업자들은 매물을 찾는 수요자와 물건을 거둬들이려는 집주인들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당초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재건축 단지가 없어 상한제에 대한 반응이 미미했지만, 상한제 적용 리스트에서 아예 제외되자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대감은 매매가격에서 엿볼 수 있다. 재건축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일부 단지가 안전진단을 추진하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뛰는 중이다. 신시가지 6단지를 비롯해 9단지, 13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해 놓은 상태고, 8단지 등도 안전진단을 위한 모금을 진행 중이다.
신시가지 아파트 중 가장 먼저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한 '목동 신시가지6단지'의 전용면적 47.94㎡는 현재 호가가 11억원까지 올랐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9억6000만원에 거래됐으나, 한 달 만에 1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지난 9월 12억5000만원에 매매된 '신시가지 5단지'의 전용 65.08㎡는 대부분 14억~15억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마저도 가격 변동성이 크다. 신시가지 아파트에서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은 대다수가 같은 단지 내에서 평수를 넓혀가는 경우여서 넓은 평수의 집 매매가격이 올라가면 나머지 매물값도 줄줄이 뛴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신시가지 6단지 인근 J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신시가지 단지는 앞으로 집값이 오를 일만 남은 곳이어서 매도자들도 단지 내 이동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애초에 매물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목동 내에서 높은 학구열로 이름난 목운초·중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신시가지 7단지, 목동트라팰리스 등 단지는 값이 오르는 것은 물론,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 '신시가지 7단지'의 전용 66.6㎡는 2개월 전 14억원에 거래됐다가 최근 호가 15억5000만원대로 매물이 나왔다. 주상복합 '트라팰리스 이스턴에비뉴' 전용 177.48㎡의 경우 지난 9월 26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28억5000만원은 줘야 거래를 터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트라팰리스 인근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학군 때문에 길 하나를 사이에 둔 하이페리온2에서 트라팰리스로 이주하려는 고객도 많다"며 "다만, 이때다 싶어서 작정하고 5000만원 단위로 값을 매번 올리는 집주인 때문에 계약 성사가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정부는 "목동이 집값 과열 조짐을 보일 경우 상한제 적용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의 엄포에도 목동 일대 집값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 이슈와 더불어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가 집값 상승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교육부는 현재 초등 4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에 맞춰 이들 학교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정·발표한 바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목동은 재건축 사업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상한제의 이슈가 크게 작용한다고 보긴 힘들지만, 학군 강세 지역이어서 수요층이 두터워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면서 "집주인들이 집값 상승 기대로 매물을 회수하고, 실수요와 투자수요의 관심이 목동으로 집중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