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중심의 항공산업에 주력하겠다"며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조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주축인 대한항공을 지원하는 사업 말고는 관심이 없다"며 "대한항공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전체적으로 정리할 것이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항공운송과 제작, 여행업, 호텔 등이 (핵심사업에) 포함되고, 그 외에는 별로 생각이 없다"면서 구조조정 대상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대해 "딱히 생각해본 것은 없지만 이익이 안 나면 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개혁이나 긴축경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연말 내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내년에 경제가 굉장히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하며, 미중 무역분쟁이나 한일관계 등이 쉽게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 환경도 어수선하고 내년 성수기 걱정을 상당히 하고 있다"면서 "비용 절감을 구체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해 미국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외 다른 조인트벤처도 모색 중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는 "저희도 하고 싶고 상대도 하고 싶어 하는 데가 많은데 국내법상 한계가 있어 주저하고 있다"며 "완전히 결합된 JV가 아니더라도 협력은 가능할 것 같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2대주주인 국내 행동주의펀드 KCGI의 경영권 위협과 관련해서는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한번 겪어봤기 때문에 앞으로 좀 더 쉽게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등을 조 전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 회장을 비롯한 3남매가 법정 상속 비율인 1.5대 1대 1로 나눠 상속한 것과 관련해서는 "제가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고 형제들 모두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충실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고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이 거의 균등하게 상속되면서 유족 네 사람의 지분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조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향후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한 설명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경제가 많이 어렵고, 주축인 대한항공이 많이 어렵다. 환율도 그렇고 경제도 그렇고 일본(한일관계)도 그렇고 힘들다"면서 "아직은 그냥 외부에서 오는 것에 대한 방어부터 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회장 지분 상속에 따라 한진칼 지분은 장남 조원태 회장이 2.32%→6.46%,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29%→6.43%,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2.27%→6.42%,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0%→5.27% 등으로 바뀌었다.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식 지분만 따지면 조원태 6.52%, 조현아 6.49%, 조현민 6.47%, 이명희 5.31%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다. 이어 사모펀드 KCGI(15.98%), 미국 델타항공(10.00%), 반도(5.06%)의 순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포함된 HDC그룹으로 확정된 가운데 향후 대한항공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 기존 경쟁 구도가 그대로 갈 것 같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좋아질 테니 저희도 빨리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무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비용구조를 들여다봤는데 상당히 높다"면서 "그것을 좀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턴어라운드(실적회복) 전망 시점에 대해서는 "내후년 초에나 돼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조 회장은 고 조 전 회장에게 수여되는 '2019 밴 플리트상' 수상을 위해 뉴욕을 방문했다. 밴 플리트상은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고인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