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입국장 인도장' 설치를 뼈대로 하는 관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서 중소·중견 면세점들의 반발이 거세다.
입국장 인도장이 신설되면 면세점에서 구입한 상품을 귀국할 때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여행자들의 면세점 쇼핑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소·중견 면세점들은 입국장 면세점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장까지 설치되면 대기업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는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 면세점 유관기관과 국회에 입국장 인도장이 도입될 경우 입국장면세점 특허 조기반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에스엠면세점은 입장문을 통해 "입국장 인도장 도입은 중소·중견업체를 대기업과의 직접적인 출혈경쟁 속으로 몰아넣는 행위"라며 "이는 입국장 면세점의 경영위기를 초래해 특허반납을 앞당기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엔타스듀티프리는 "면세시장에서 대기업의 과점은 심화되고, 중소중견사업자는 도태될 것"이라며 "인터넷면세점을 통해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한 뒤 입국장 인도장을 통해 재반입할 경우 내수시장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공항 입국장에 면세품 인도장 설치를 뼈대로 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은 여야의 큰 이견이 없어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6월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 도입에 대한 연구(한국조세재정연구원)'를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 1천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국민 76.1%·전문가 73.8%)이 과반수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공항 등 출국장에 인도장이 설치돼 소비자들이 해외로 출국할 때 면세품을 찾으면서 여행 기간 내내 무거운 면세품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입국장 인도장 설치 시 내국인은 시내면세점이나 인터넷면세점에서 구매한 면세품을 갖고 출국하지 않아도 국내에 입국할 때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시내면세점과 인터넷면세점을 운영하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대기업 면세점들은 매출 확대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미 인터넷면세점 구매액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추경호 자유한국당은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국내 인터넷면세점 매출액'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면세점 매출은 4조3388억원으로 전년(3조442억원)보다 42.5% 치솟았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출국장이 늘 붐비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 편의가 증진될 것"이라며 "입국장 인도장이 생겨나면 내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입국장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던 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의 입장은 다르다. 입국장 면세점이 제대로 안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도장까지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 중소·중견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은 중소·중견기업에 특허권을 주고 기회를 준다는 것인데 특허 취득한지 1년도 안돼 인도장이 도입되면 대기업의 매출만 더욱 올라가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입국장 면세점은 저조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에스엠·엔타스)의 9월 매출은 43억1400만원에 그쳤다. 입국장 면세점의 매출은 개장 첫 달인 6월 53억6200만원을 기록한 후 7월 41억87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8월에는 47억7300만원의 매출을 거뒀다. 인천공항공사가 예상했던 월 평균 매출(88억원)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입국장 인도장을 출국장면세점 개념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을 이용하는 손님 중 '입국할 때 어떤 물건을 사야겠다"하고 들어가는 손님은 많지 않다"며 "인도장은 입국장 면세점과 구매 목적이 다르다는 점에서 출국장 면세점으로 보는 것이 더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