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②] 무조건 '+α'···도 넘은 건설사 출혈경쟁
[정비사업②] 무조건 '+α'···도 넘은 건설사 출혈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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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 무이자 지원·특별품목 제공···"물량 적어 과당경쟁 '불가피'"
서울 용산구 한남3재정비촉진구역 일대 주택가.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3재정비촉진구역 일대 주택가.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올해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일감 가뭄'에 허덕이는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시공권을 놓고 혈투를 벌였으며, 각 사업장은 규모에 상관없이 귀한 대접을 받았다.

과당 경쟁은 잡음과 논란으로 번졌다. 경쟁사에 대한 비방전부터 법 테두리를 넘나드는 공약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이 약속한 '클린수주' 문화에 금이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시공사 선정에 나선 정비사업장 중에서 단연 화제성이 높은 곳은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이다. 공사비만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정부의 '특별점검'이 더해지면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제재가 가해진 것은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3개사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서다. 

3개사가 공통으로 제안한 사업비 무이자 지원, 특별품목(TV 등 가전제품) 제공을 비롯해 이주비 금융비용, 임대주택 제로, 분담금 유예 등 20여건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 현행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한남3구역은 입찰 무효, 재입찰 등 시정조치가 내려진 후 권고대로 재입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 경쟁은 지방에서도 과열 현상이 뚜렷했다. 지방 재개발 정비사업의 최대어로 꼽히는 광주 북구 풍향구역은 롯데건설, 포스코건설의 수주전 과정에서 합의되지 않은 제안서 홍보와 49층 규모의 주상복합 인허가 등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후에도 후유증은 여전한 상태다. 조합과 포스코건설은 수주전에서의 문제점을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이처럼 난무하는 과도한 공약은 정비업계의 몸살로 이어졌다. 특히 한남3구역이 철퇴를 맞은 이후 수주전을 앞둔 현장들은 바짝 얼어붙은 상태다. 관행으로 여겨지던 항목들이 위법으로 분류되자 향후 타 사업장에도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달 31일 입찰을 마감한 성동구 한남하이츠 재건축은 당초 GS건설과 현대건설의 2파전이 예고된 것과 달리 정부의 최근 합동 특별점검에 부담을 느낀 현대건설이 막판에 발을 빼면서 유찰됐다. 과도한 특화설계안에 점검의 초점이 맞춰진 탓에 입찰이 미뤄졌다는 설명이다.

내년 1월 6일 입찰을 마감하는 은평구 갈현1구역도 상황이 비슷하다. 한남3구역과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로 꼽혔지만, 롯데건설과 함께 수주전에 뛰어든 현대건설이 입찰 자격이 취소되면서 후폭풍이 불고 있다. 현대건설이 설계도면을 누락한 가운데, 초과 이주비 제안 등 과도한 제안이 문제가 됐다.

업계에선 이번 합동점검으로 입찰 제안서의 기준점이 어느 정도 마련됨에 따라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의 전략이 전면 수정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비 지원 방안과 혁신설계안, 무상 제공품목 등을 어느 수준까지 반영할지 재설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국토부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요청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논란이 되는 '이주비'의 경우 재건축 사업은 이주비 대출 한도가 LTV(담보인정비율) 40%로 제한됐다. 재개발은 LTV 40%에다 건설사가 추가로 지원할 수 있지만, 조합이 은행으로부터 조달하는 금리 수준에서의 유상 지원만 가능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어디까지가 적정 수준인지 법무팀과 고심하고 있다"며 "파격 조건을 제외하고는 눈이 높은 조합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안서가 나오기 힘들 것 같아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 단속이 무리한 입찰경쟁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있다. 먹거리가 크게 줄어든 탓에 물량을 확보하려는 업체들의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부장은 "정비사업 관련 법 강화로 부정당 업체로 적발되면 과징금, 입찰제한 등 타격이 큰 데도 경쟁 과열이 나타나는 것은 물량이 적기 때문"이라면서 "서울 공급물량 중 80% 수준인 정비사업 물량이 예전만큼 나오지 못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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