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번주(23~27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리스크 온(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하락 압력이 우세할 전망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9시4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0원 오른 달러당 1162.6원을 나타냈다. 전장 대비 0.9원 내린 1159.7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내 상승세로 전환해 1160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달러 강세에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합의 기대감이 시장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은 1월 첫 주에 무역합의를 서명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단계 무역합의 서명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발언했고, 한 외신은 합의문 번역이 큰 걸림돌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면서 "이에 지난주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원화의 나홀로 강세 국면도 연장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하면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주 발표된 미 경제지표들이 대체적으로 양호했던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에 대한 우려는 잦아들고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등 연준 주요 인사들은 지난주 발언에서 내년에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번주 외환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이벤트들이 없어 큰 변동성을 일으킬 변수들은 부재한 상황이다. 수출업체들의 연말, 원말 네고 물량이 활발하게 나올 경우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 다만 1150원선은 당국의 경계선이라 하락폭은 제한될 전망이다.
오는 24일 나올 미국 11월 내구재수주와 12월 리치먼드 연은 제조업지수가 그나마 핵심 지표로 떠오른다. 국내에서는 23일 기획재정부의 내년도 국고채 발행 계획 및 제도개선 방안이 나온다. 26일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가 개최된다. 같은날 금융안정 보고서도 나온다.
다음은 이번주 원·달러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코멘트.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 : 1154 ~ 1170원
이번주 글로벌 환시는 미중 긴장완화와 견조한 미국 경기 여건 확인에 따라 미 달러의 지지력을 확인할 전망이다. 신흥국 통화들은 위험선호 현상 속 강세가 예상된다. 크리스마스 휴일 전후로 많은 국가들에서 주목할 만한 이벤트가 부재하지만, 연말 얇은 장 속에서도 변동성 확대가 일어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원·달러 환율은 미중 무역협상 낙관과 반도체 경기 반등 기대감이 유지되는 가운데 외국인 주식 매입세, 연말 잇따르는 선박 수주 뉴스, 북미 대화 모멘텀 유지 기대 등에 하락 우호적인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저가 매수세와 전 저점(1154원)을 앞둔 레벨 부담, 당국 경계는 주의해야 한다. 미중 합의 기대에도 7위안 부근에서 하락이 제한되고 있는 위안화 환율은 지지력을 제공하는 요인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 : 1158 ~ 1171원
미중 간 1차 합의 이후 신흥국 통화가치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주간 원화 가치는 2.2% 상승해 남아공랜드(2.6%)에 이어 가장 크게 상승했다. 미국 경기는 연준의 완화적 기조가 확인된 데다, 주택·산업 지표 호조 등에서 보듯 양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외 지역의 경기반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약달러 압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시티(Citi) 경기서프라이즈 지수는 12월초를 기점으로 플러스권에 진입했다. 이에 유로존-미국의 경기 서프라이즈지수차는 7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12월 초 플러스로 전환한 중국의 경기 서프라이즈지수는 여타국 대비 견조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미중 합의와 맞물려 외국인 수급이 우호적인 가운데 국내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환율 낙폭과대 심리와 국내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은 환율 속도조절 요인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의 방향성과 우호적 외국인 수급을 고려하면 원화의 강세 방향성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