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국면 지배력 강한 기업 주식 사들여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증시 부진에도 10대 그룹 시가총액이 1년새 16%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사별로는 삼성, SK, 현대차의 시총이 늘어난 반면 롯데 등 나머지 6개 그룹은 줄어들며 증시 부진에도 투자자들의 쏠림현상이 심화됐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10대그룹 시가총액의 총 합은 이달 24일 종가 기준 911조5927억원으로 지난해 말(12월28일) 779조1356억원 대비 약 132조4371억원 증가했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과 SK, 현대자동차, LG그룹만 시가총액이 늘어났고 나머지 6개 그룹은 줄었다. 전자와 자동차 업종이 상대적으로 호황이었던 것과 달리 유통 업종 등은 미중 무역전쟁 및 한일 무역분쟁 등 대외 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업황에 따른 투자심리 역시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이 395조9565억원에서 507조4286억원으로 111조4721억원 늘었다. 특히 삼성전자의 시총 상승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31조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말에는 328조원으로 약 10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하반기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6개 삼성그룹 계열 상장사 중 시총이 늘어난 곳은 삼성전자, 삼성전기, 제일기획 등 9곳에 달한 반면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7곳은 실적 부진으로 인해 시총이 줄었다.
SK그룹의 시가총액도 109조583억원에서 130조5744억원으로 약 22조원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말 6만500원에 불과했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24일 종가 기준 9만3800원으로 약 50% 가까이 상승했다. 이에따라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44조원에서 68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증가량이 그룹 전체의 시총 증가량보다 컸다. 반면 SK그룹내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SK케미칼은 작년말 7만원이던 주가가 이달 24일 6만3200원으로 하락하면서 시총이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은 84조1402억원에서 93조7709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던 기아차의 주가가 이 기간동안 3만3700원에서 4만4700원으로 32.64% 늘었다.
이 외 현대모비스(35.53%), 현대위아(35.45%) 등 부품업체들의 주가 상승도 현대차그룹 시총을 늘리는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주주환원 정책과 지주사 전환 이슈에 힘입어 작년말 19만원이던 주가가 이달 24일 종가기준 25만7500원까지 상승했다. 이로인해 유가증권 시장에서 현대모비스의 시총 순위는 1년새 15위에서 7위로 훌쩍 뛰었다. 현대모비스의 이날 시총은 24조5414억원으로 현대차와의 차이는 불과 1조526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현대차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28일 11만8500원에서 이달 24일 12만2000원으로 2.95% 늘어나는데 그쳤다.
LG그룹의 시가총액은 85조6670억원에서 87조992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모바일 기기 관련 부품과 디스플레이 기기 관련 부품을 만드는 LG이노텍의 주가가 이 기간동안 56.83% 상승했고 LG전자 역시 주가가 15.41% 올랐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13.30%), LG유플러스(-18.70%) 등은 부진했다.
10대그룹 중에서는 롯데그룹의 시가총액 감소폭이 가장 컸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무역 갈등으로 인한 유통·관광업 부진이 시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롯데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27조3922억원에서 지난 24일 21조7164억원으로5조6758억원가량 감소했다. 이 가운데 롯데쇼핑 주가는 지난해 말 21만1000원에서 올해 말 13만7000원으로 35.07% 감소했고 롯데하이마트는 32.15%, 롯데푸드는 41.68%씩 주가가 하락했다.
포스코그룹, 한화그룹, GS그룹, 농협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의 시가총액은 모두 소폭 감소했다. 조선‧철강 업황 부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의 경우 보험업종 부진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올해 보험업종의 주가는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코스피 보험업종 내 가장 큰 낙폭을 보인 곳은 한화손해보험(-51.61%), 한화생명(-44.31%)이다.
이처럼 그룹사별로 시가총액 증감 현상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유는 성장정체 및 대외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지배력이 높은 업종 및 기업에 대한 투자선호 현상이 뚜렷해 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저성장 국면일수록 시장 점유율이 지배적인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가 벌어지기 마련"이라며 "삼성전자처럼 시장지배력이 확고한 기업이 다수 포진한 그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