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금융위원회가 김도진 행장이 은행을 떠나는 오늘 현재도 후임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말을 포함해 오는 29일까지 정하지 못하면 기업은행은 30일부터 임상현 수석부행장 직무대행체재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기업은행은 지금까지 직무대행체제를 두 번 겪었다. 지난 2007년 고(故) 강권석 전 행장의 유고로 약 20여일간 이경준 전무가 직무대행을 맡았다. 2010년 조준희 전 행장이 경제부처 개각 시점과 맞추기 위해 1주일간 직무대행을 하다 은행장에 선임됐다. 앞선 두 사례는 부득이하게 직무대행체제가 이뤄졌다.
이번 상황은 앞선 두 번의 사례와 결이 다르다.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려다 강한 반발에 부딪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금융노조와 기업은행 노조의 '함량 미달' 인사라는 주장과 함께 언론 등의 관심이 쏠리자 후임 행장 선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3번 연속 기업은행장에 내부인사가 선임되면서 파벌이 생겨났고,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외부에서 은행장을 데려올 것이란 추측이 있었다. 그러면서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유력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거론됐다. 이들은 은행 전문가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기업은행은 관련 법률에 따라 설립된 국책은행이기는 하나 주식이 시장에 공개된 민간 기업이기도 하다. 상장 기업 사장을 임명하면서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을 데려다 앉히는 건 당연히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앞선 세 번의 행장 선임에서 '코드 인사'라는 의혹제기에도 반발이 없었던 건 그래도 상식적인 결정이였기 때문이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소위 낙하산 인사들이 정부가 그렇게 자신하는 인물이라면 차라리 은행이 원하는 대로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경쟁하면 될 일이다. 기업은행장 선임에 상식(常識)이 요구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