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정부의 '12·16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집값 급등세가 주춤하다. 특히, 서울 집값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강남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호가가 수억원씩 떨어진 급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대책으로 내성이 생긴 시장에서는 수요가 규제의 영향력이 적은 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물론 높아진 집값으로 실수요자들이 전세에 머물면서 전세값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은 0.08%로 전주(0.10%)보다 상승폭이 축소됐다. 그러나 비규제지역이거나 정부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수원 영통구(0.81%)와 용인 수지구(0.79%), 광명시(0.47%) 등은 상승세가 강해지고 있다. 전세값의 경우 최근 학군수요 증가와 전세 매물 품귀 현상으로 강남구는 0.49%나 올랐고 목동이 있는 양천구는 지난주 0.56%에서 0.61%로 커졌다.
현재 정부는 대책 발표 이후 급등세가 일부 진정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서울의 경우 12월 이전의 모습으로, 강남 4구는 10월 이전 수준으로 복귀한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고가주택 추격 매수가 감소하며 그간 상승세가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12.16대책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세금·대출·청약·공급 대책을 총망라한 백화점식 특급 대책이었기에 시장에 미친 파급력은 만만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이후 서울 집값은 대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한 11월 둘째주부터 36주간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다만,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데다 대책이 나온 직후 주춤하던 집값이 다시 급등했던 학습효과 탓에 투자 심리가 완전히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정책연구실장은 "12.16대책으로 올해 집값 급등 현상은 조정되겠지만 만성적인 서울진입희망 대기수요, 공급부족 심리, 학군수요 집중, 유동성 등 잠재된 상승요인으로 서울 집값 상승이 예상된다"라며 "올해 주택시장은 지난해와 비교해도 하방 요인은 정부 규제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향후 집값 불안이 야기될 경우 언제든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금 당장은 후속대책이 없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추가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신년사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직접 관련된 주거와 관련된 정책은 시장 경제의 룰에 맡겨두어서는 안된다"라며 "부동산 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투기수요 근절, 맞춤형 대책, 실수요자 보호라는 3대 원칙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김현미 장관은 최근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이 '부동산 개혁’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밝힌 만큼 향후에도 '김현미표' 초강력 부동산 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추가 대책으로는 서울 전역 분양가 상한제 포함, 의무거주기간 추가 확대, 12.16대책 보다 대출과 세금 규제 강화, 다주택자 보유세 추가 인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 규제에도 집값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4월말 분양가상한제 적용 유예가 끝나고 6월말 1가구 2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면제가 끝나면 시중 내 매물이 감소하면서 본격적으로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