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유동성에 '집값 자극' 가능성→추가 인하 신중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들은 연 1.25% 금리동결을 택했다. 지난해(7월, 10월)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는 데다, 추가인하에 나설 경우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상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저성장·저물가 우려가 지속되고 있지만 일부 경제지표에서 반등세가 나타나며 미약하나마 경기개선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금리동결 전망이 지배적이었기에 관심은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 것인지, 나온다면 몇 명이 주장할 것인지에 쏠려있다. 다음 기준금리 결정의 향방을 짚을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할 공산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은 올해 첫 금통위서 '금리동결' = 한은 금통위는 17일 서울 태평로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해 7월, 10월 기준금리를 0.25%p씩 내려 역대 최저로 운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금리동결을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2~8일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9%가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답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국내 경기 저성장 우려가 지속되고 있지만 경기선행지수, 수출 등 일부 경제 지표 개선에 따른 경기반등 기대도 커지고 있어 이달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으로 전망됐다"고 말했다.
연초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라는 돌발 악재가 터졌지만 전면전 위기를 넘겨 긴장이 잦아들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무역분쟁으로 우리 금융시장을 짖눌럿던 미중은 1단계 무역합의에 성공했다. 시장에선 그간 우리 주력산업인 반도체의 단가 하락세가 멈춰 올 상반기 중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것이 그 방증이다.
지표는 소폭이나마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12월 전년 동기 대비로 5.2% 감소해 기존의 두 자릿수 하락률에서 벗어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7%를 나타냈다. 물가안정목표 수준(연 2.0%)을 여전히 밑돌지만 반등세가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는 떨친 상태다.
올해 경기가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만큼 금리를 급하게 내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 총재도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미중 무역분쟁의 완화 신호가 나타나고 반도체 경기 반등 시기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중반쯤 반도체 가격 상승이 예상돼 금년 경기가 지난해보단 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칫 금리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불씨를 던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기준금리도 역대 최저인데 자칫 더 내렸다간 시중에 유동성만 늘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 값이 과열된 원인 중 하나로 풍부한 유동성을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시장만큼은 확실히 잡겠다"며 "시장이 다시 과열되면 부동산대책을 계속 쏟아내겠다"고 밝혔다. 정책공조 차원에서도 금리동결이 불가피하다.
◆소수의견에 '이목' 인하 시그널 나올까··· =시장의 이목은 이날 오전 11시20분쯤 시작될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에 쏠려있다. 소수의견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빠른 시일 내에 금리를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올해 중 한 번 정도는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여전한 데다, 한은 총재가 올해 '완화적 통화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2.3%로, 2019년에 비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추정 잠재성장률 2.5~2.6%를 하회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 부양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최소 한 명 이상 나올 것으로 본다. 지난해 11월 금통위 회의에서는 신인석 위원 한 명이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냈지만 이날은 두 명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달 금리인하 기대가 더 커질 수 있다.
안 연구원은 "지난 11월 금통위에서 신 위원 한 명이 소수의견을 보였지만, 의사록을 통해 조동철 위원으로 추정되는 위원이 완화정책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은 두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은 기존의 신 위원과 추가 한 명으로 총 두 명을 예상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지난 금통위 이후 경기판단을 위한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아직 금통위원 다수는 유보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