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가아파트 중심 정부 규제 '풍선 효과' 가세
아파트 호가 담합 움직임 포착..."세밀한 대응 필요"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겨울철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문의 전화가 오히려 늘고 있어요. 되레 찾는 분들은 많아졌지만 매물이 없어진 상황이죠. 지금까지 청라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에요."(서구 청라동 L공인중개소)
최근 인천 서구 청라지구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7호선 연장선을 비롯해 국제업무단지, 청라시티타워, 하나금융타운 등 '청라국제도시 개발'을 향한 청사진들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을 겨냥한 정부 고강도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와 맞물리면서 청라 부동산 시장을 향한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17일 오전 일찍 찾은 인천 서구 청라동의 공인중개소들은 아침부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매도자·매수자 간 매매 거래가 진행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대화를 나누는 짧은 순간에도 문의전화가 몇 차례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청라동에서 만나본 부동산 중개인들은 최근 청라국제도시를 향한 관심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서울을 겨냥한 규제가 이어지는 데다 청라국제도시의 개발 호재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기대감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장 아파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3단지 '청라 더샵 레이크파크'의 전용면적 137㎡는 지난 12월 11억6000만원(40층)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형성했지만, 최근 오르내리는 호가는 13억원을 상회했다.
또한 1단지 '청라 풍림 엑슬루타워'의 경우 지난 2008년 분양 당시 3.3㎡당 평균 1100만원에서 1200만원의 분양가로 공급됐으나, 단지 관리 등에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분양가를 하회하는 시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인근 청라 아파트값이 상승하고 매물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엑슬루타워까지 집값이 상승해 최근 분양가를 상회하기 시작했다.
청라2동 4단지 인근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근래 2~3개월 사이에 집값이 크게 올라가면서 청라호수공원을 끼고 있는 단지들의 경우 평균 호가가 1억5000만원 이상 뛰었다"면서 "전세가 아닌 매매로 문의가 많이 들오지만, 매물들이 쏙 들어가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있는 매물 조차도 전화를 걸면 3000만원을 더 얹어 부르고 있다"고도 했다.
당초 청라 아파트값은 서울아파트값과는 다소 다른 흐름을 보여왔다. 지난 2018년, 2019년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할 때도 청라가 위치한 인천 서구 매매가는 약보합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12.16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상황은 확 바뀌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하거나 주춤한 반면, 인천 서구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인천 서구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7월 보합(0%)을 기록한 이후 5개월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상승폭 또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 지역 아파트값 상승세의 기폭제가 되고 있는 것은 서울 중심의 고강도 규제와 연일 발표되고 있는 개발 소식들이다. 앞서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강남 등 서울 고가아파트를 겨냥한 12.16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초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규제를 필두로 금융·세제·청약 등이 총망라된 규제가 담겼다. 이로 인해 수도권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제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지지부진했던 개발사업이 최근 탄력을 받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하나금융그룹은 그룹 본사 '드림타운'을 인천 서구에 짓기로 확정·발표했다. 드림타운이 예정대로 오는 2023년 준공되면 최대 1만8000여명의 직원이 상주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6번째 높이의 타워로 이름을 올리게 될 '청라시티타워'도 같은달 기공식을 가졌다.
이외에도 지난해 8월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 조건부 통과한 스타필드를 비롯해 지난 5일에는 인천시에서 공사비만 총 1조300억원에 달하는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선을 1·2공구 통합 발주했다. 9일에는 26만1000여㎡ 규모의 청라의료복합타운 공모설명회도 열렸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청라를 비롯해 부평과 송도 등 인천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지역 및 단지들이 있다"면서 "7호선 연장, 스타필드 입주 등 개발 호재와 맞물리면서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갭메우기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급등하는 집값에 일부 아파트에서는 호가를 담합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지난 7일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담합을 의심케 하는 사진과 함께 청라 일대 부동산 시장을 싸잡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우리 아파트 매매 시 각 평형별 최저 가격을 다음과 같이 권장하오니 주민 여러분들께서는 각 부동산에 이 가격 이상으로 내놓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권고문이 담겼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라국제도시는 당초 계획이 모두 잡혀있던 신도시로 청라에 수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가 알고 있던 내용"이라면서 "이는 최근 서울을 향해 규제를 너무 강하게 죄다보니 풍선효과가 인천 청라까지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더욱 세밀한 관찰과 대응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