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카카오가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사업상 협력 강화 차원에서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으나 한진그룹 내 총수일가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시점, 다가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군' 역할을 수행할 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1%가량을 매입했다. 지난달 한진칼 주가가 4만원 안팎에서 머문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는 당시 지분을 사기 위해 200억원 수준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5일,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플랫폼, 멤버십, 핀테크, 커머스, 콘텐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고객 가치 혁신 및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이 협약을 체결하는 데엔 정보기술(IT), 마케팅이 접목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점을 미뤄봤을 때 재계 안팎에서는 카카오가 조 회장과 향후 지속적인 상호 협업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종의 투자 개념으로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의 한진칼 보유 지분은 1%에 불과하지만, 카카오의 지원 사격은 주총에서 조 회장의 경영 성과를 방증하는 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 회장간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이기에 향후 카카오가 조 회장편에 서서 힘을 실어줄 가능성 또한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 관계자는 "대한항공과의 MOU 이후 한진그룹과 전사적인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이유에서 일부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 뿐"이라면서 "의결권을 가진 건 맞으나 행사 여부에 대해선 결정된 바가 없다"며 의결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엇다.
최근 조 전 부사장(지분율 6.49%)이 행동주의 사모펀드이자 한진칼 2대주주 KCGI(17.29%), 3대주주 반도건설(8.20%)과 두 차례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손 잡을 가능성이 크다. 만일 조 전 부사장이 이들과 공동 전선을 구축할 경우 한진칼 지분 31.98%를 확보하게 되는데 이는 조 회장(6.52%)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22.45%), 델타항공(10.00%)의 지분을 더한 32.45%와 0.47%포인트차로 별 차이가 없다. 때문에 조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을 위해서는 우호지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KCGI와 반도건설 또한 조 전 부사장과 힘을 합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은 단계이기에 당분간 주주 간 합종연횡과 경영권을 둘러싼 신경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총이 가까워진 시기 가족 간의 극적 화해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과의 사전 교감을 통해 지분을 매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카카오가 의결권을 가진 만큼 조 회장이 우군확보에 전격 나선다면 당연히 그의 편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