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불황으로 지난해 실적이 반토막 났다. 반도체 불황이 이어지면서 스마트폰 사업부진, 연말 마케팅 비용 확대 등 수익성이 줄어든 여파다. 지난해 4분기도 앞선 2~3분기와 견줘 하락세로 돌아서며 저조한 실적을 냈다. 하지만 계절적 성수기에 들어서면서 TV등 가전제품 판매가 늘면서 소비자가전(CE)부문의 실적은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30조4000억원, 영업이익 27조77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48%, 52.84% 감소했다. 지난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영업실적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12.05%를 기록했다. 1년전과 견줘 12.05%포인트 감소했다.
실적 감소 원인은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진이었다. 지난해 95조52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15조5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19.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66.5% 급락했다. 영업이익률도 16.31%로 전년보다 41.39%포인트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메모리의 경우 D램 가격이 하락해 실적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다만 시스템 반도체는 고화소 이미지센서와 고성능 컴퓨팅 칩 수요 증가로 이익이 증가했다.
IT·모바일(IM)부문은 지난해 연간 9조2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8년 10조1700억원보다 다소 부진했다. 갤럭시 노트 7 발화사건이 일어난 2016년 수준인 10조81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다. 연말 성수기을 맞아 마케팅비 운용과 갤럭시 A시리즈 등 주요 모델 수익성 유지로 인해 영업이익이 소폭 하락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는 플래그십·폴더블 신제품 출시로 지난해 4분기 매출 24조9500억원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4분기 수준인 2조5200억원을 유지 할 것으로 전망했다.
디스플레이도 전년 2조6200억원에서 1조580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경우 일부 프리미엄 제품군 수요 약세로 실적이 소폭 감소했고 대형 디스플레이도 업계 공급 확대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가전은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등 프리미엄 TV 제품 판매 확대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가전 판매 호조, 냉장고와 세탁기 등 수익성이 개선돼 영업이익이 2조2000억원에서 2조6100억원으로 증가했다.
4분기만 따로 봐도 실적은 저조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매출은 59조8848억원, 영업이익은 7조160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 1분기 7조590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전년 7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4500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도 메모리는 모바일과 서버 등 일부 수요는 견조하나,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수요 하락을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1y나노 D램 등 미세 공정 전환을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버용 고용량 제품과 모바일용 LPDDR5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또 2020년은 고용량 스토리지 등 차별화된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1z나노 D램과 6세대 V낸드 공정 전환을 통한 공정 및 원가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사업은 4분기 매출 24조9500억원, 영업이익 2조5200억원을 기록했다. 무선 사업은 플래그십 모델 판매 감소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하락했으나, 연말 성수기 효율적인 마케팅비 운영과 갤럭시 A시리즈 등 주요 모델 수익성 유지로 인해 영업이익은 소폭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5G 스마트폰 수요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나, 주요 부품이 고사양화되며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5G 제품군과 신규 디자인을 적용한 차별화된 폴더블 제품으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중저가 모델 라인업을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22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은 라인 가동률 하락에 따른 비용이 증가하고 일부 프리미엄 제품군의 수요 약세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고,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은 판매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도 디스플레이 사업의 실적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은 일부 고객들의 수요가 둔화돼 전분기 대비 실적 하락이 예상되나, 고객을 확대하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는 계획이다.
소비자가전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5500억원에서 4분기에는 8100억원으로 늘었다. 비스포크 냉장고, 대형 건조기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 전년(6800억원) 대비 실적이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를 포함해 2020년 한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가전과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시스템 에어컨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강화하고 온라인을 통한 판매도 늘려갈 방침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약 26조9000억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했다. 사업별로는 반도체 22조6000억원, 디스플레이 2조2000억원 수준이다.
전년대비 반도체는 메모리의 경우 지난해 공정 전환에 집중하면서 투자가 감소됐고, 파운드리는 EUV 7나노 등 미세 공정을 적용하기 위한 설비 증설로 투자가 늘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는 2018년 대비 중소형 A4라인 투자가 끝나 투자가 감소했다. 올해 투자는 수요 변동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메모리의 경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설비투자는 시황 회복 추이에 맞춰 대응할 방침이다. 더불어 시스템반도체와 디스플레이, AI, 5G와 같은 미래 성장 사업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