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해외건설 수주가 내리막길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투자개발형' 사업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다. 해외건설 시장에서 투자개발형 발주가 확대되는 만큼, 건설사들도 단순도급 사업에 편중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투자개발형 사업의 관건인 '자금조달'의 벽을 허물려면 업체의 파이낸싱 능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321억달러) 대비 31% 감소한 223억달러를 기록했다. 중동(47억달러)과 아시아(125억달러)지역 수주액이 2018년보다 각각 48%, 23%가량 떨어지면서 2006년(164억달러) 이후 13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해외건설 수주가 급감한 원인으로는 악화된 대외 수주 환경이 꼽힌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국제 경기의 불안감이 지속된 데다, 유가 하락에 따라 중동 국가가 발주를 줄였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중동 건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업체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업계는 해외수주액 감소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따로 있다고 진단한다. 건설사들의 '사업 방식'이다. 투자개발형 사업 요구가 커지는 해외건설 시장 상황에 국내 건설사가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 지난해 해외 수주액 중 투자개발형(18억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할 정도로 단순도급 사업의 비중이 큰 실정이다.
물론 건설업계에서도 투자개발형에 대한 갈증이 크다. 해외건설 시장에서 PPP(민관협력사업) 발주를 선호하고 있고, 단순도급 프로젝트보다 수익성을 키울 수 있어서다. 투자개발형 사업은 개발자가 설계와 금융 조달, 건설, 운영 등 사업 전(全) 과정에 참여하는 만큼, 시공 이후 운영 과정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지분을 투자했기 때문에 투자자로서의 투자 수익은 덤이다.
문제는 '자금 조달'이다. 대형 프로젝트가 많은 투자개발형 사업을 추진하려면 대규모의 돈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 점이 쉽지 않다는 게 건설사들의 전언이다. 지분투자에 들어가는 자기자본 부담에다 정책금융기관 지원, 정부가 마련한 펀드를 이용해야 하는데, 포트폴리오가 마땅치 않으면 한계점이 많다는 것.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회사 내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 중 투자개발형 사업을 위해 조직을 꾸린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면서 "투자를 받으려면 수익성이 좋은 사업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한 포트폴리오가 준비돼 있어야 해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달 글로벌 펀드를 조기 출시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키로 한 것도 심각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펀드로 건설사의 자금조달을 도와 투자 실적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순 200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플랜트건설스마트시트(PIS) 펀드를 조기 출시해 빠르게 집행할 예정이다. 이 펀드는 총 1조50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PIS 모펀드에 속한 자펀드다. 또 글로벌인프라펀드 4~7호를 총 4000억원 규모로 확대 조성해 올해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개발형 사업을 위해선 건설사의 '체질 개선'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담 인력을 늘리고 파이낸싱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문도 함께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젠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를 주 시장으로 인식하고,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계약 과정이나 사전 견적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인력을 충원하고, 타당성 조사를 꼼꼼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