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마이너스' 우려...다수 2% 미달 전망
노무라證·모건스탠리 "0%대 성장도 가능"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IB들은 우리 정부가 제시한 2%대 초반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심지어 모건스탠리와 노무라증권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상상도 하기 싫은 예측치를 제시했다.
현재로선 코로나19가 얼마나 확산될지를 가늠할 수 없다보니 경제에 미칠 타격에 대한 전망 또한 백가쟁명식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부정적 전망'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정확성면에서는 아직은 참고는 될 수 있어도 예측불허다. 결국 코로나19를 어느 수준에서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23일 블룸버그가 42개 해외 경제연구기관·투자은행(IB) 등으로부터 집계한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5개 기관이 1%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집계에 반영되지 않은 캐피털이코노믹스, 노무라증권, 모건스탠리 등의 최신 전망까지 포함하면 최소 8곳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에 못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 셈이다.
ING그룹은 올해 한국 경제가 1.7%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ING그룹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2%로 제시했었다. 불과 두 달 만에 0.5%p나 낮춰 잡았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한국 성장률을 2.2%에서 1.8%로 내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지난해 12월 전망치 1.8%를 그대로 유지했다. . IHS마킷과 소시에테제네랄은 각각 1.9%를 예상했다.
노무라증권은 이달 14일 블룸버그 집계까지만 하더라도 2.1%의 성장세를 점쳤지만,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1.8%로 전망치를 낮췄다. 코로나19로 중국이 봉쇄 조치를 6월 말까지 이어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한국의 성장률이 0.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도 봤다.
캐피털이코노믹스도 지난 8일 한국의 올해 GDP 성장률을 2.5%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시나리오별로 나눠 코로나19 사태 전개에 따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최소 0.8%p, 최대 1.7%p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기존 전망이 2.1%였던 점을 염두에 두면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0.4∼1.3%로 하락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국의 성장률이 최근들어 하향추세를 이어왔지만 2%에도 못 미치는 전망은 이례적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과 외환위기 국면이었던 1998년(-5.5%),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7%)을 제외하고 2%를 밑돌았던 적이 없다.
이처럼 성장률 전망이 비관적으로 바뀐 것은 수출과 내수 부문에서 코로나19의 타격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의 경우 이달 1∼20일 1일 평균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여파는 당장 1분기 성장률에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각 기관의 올해 1분기 한국 성장률 평균치는 1월 기준 0.4%(전기 대비)에서 이달 0.1%로 0.3%p 하향 조정됐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가 2∼3월에 정점을 찍고 이달 10일부로 생산활동이 빠르게 재개되는 것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1분기 성장률 전망 하락폭을 중국(0.5∼1.0%p)보다 큰 0.8∼1.1p로 제시했다. 당초 모건스탠리의 1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1.4%였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점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올 1분기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2.9%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JP모건도 1분기 성장률을 -0.3%로 전망했다.
경기 침체 우려도 한층 커졌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설문한 결과 지난달에는 1년 내 한국이 경기 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이 18%였지만 이달에는 20%로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 GDP가 감소하면 경기침체에 빠진 것으로 본다.
로이드 챈 옥스퍼드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발병은 중국 경제활동에 근본적인 충격을 안겼으며 가까운 시일 안에 공급 사슬 붕괴를 가져올 것이고 중국과 경제적 연결고리가 강한 한국의 수출 전망을 꺾을 것"이라며 성장률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