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연합회 "다른 은행으로 서비스 확산돼야"
금융결제원 "제휴 등을 통해 이용기관 확대 가능"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시각장애인들도 금융거래를 할 때 보안성이 높지만 불편했던 OTP(One Time Password)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시각장애인들은 해당 서비스가 다른 은행들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우리은행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금융결제원과 공동으로 앱 기반의 디지털OTP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디지털OTP는 무작위로 생성되는 6자리 번호를 자동으로 입력해 인증해준다.
OTP는 금융거래를 할 때 공인인증서와 함께 본인 인증에 사용하는 보안 비밀번호다. OTP가 없으면 일부 금융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거나 이체 한도가 대폭 축소된다. 일례로 별다른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가 없는 간편이체의 경우 이체 한도가 최대 500만원으로 제한되고, 보안카드도 1000만원까지만 이체할 수 있다. OTP는 최대 5억원까지 이체 한도를 상향할 수 있다.
또 매번 새로운 번호가 생성되기 때문에 금융사고 등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인증 매체다.
시각장애인들은 그동안 텔레뱅킹 등 비대면 금융거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음성으로 안내되는 OTP를 이용해왔다. 일반인들이 OTP 기기에서 생성된 번호를 눈으로 확인한 뒤 입력하는 걸 시각장애인들은 음성으로 번호를 안내받아 입력했다.
이 때 OTP가 번호를 안내하는 시간에 비해, 시각장애인들이 번호를 입력하는 시간이 길어 중간에 잊어버리거나 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물리적인 번호 버튼이 없는 스마트폰 이용이 늘어나면서 짧은 시간에 매번 새 번호를 입력해야 한다는 게 시각장애인들로서는 아주 힘든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OTP의 배터리가 빨리 소진되고, 이어폰을 연결하는 단자가 고장나면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등 불편이 제기돼왔다. 이어폰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비밀번호가 외부에 노출되는 위험도 있었다.
김훈 시각장애인연합회 선임연구위원은 "텔레뱅킹 등을 이용할 때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상대방 계좌번호, 이체 금액 등 눌러야 하는 번호가 너무 많은데다 버튼이 없는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는 가족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특히 OTP의 경우 세 번 틀리면 지점을 방문해 이용 정지를 풀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년간 시각장애인연합회와 의견을 주고 받으며 OTP를 앱 형태로 개발했다.
텔레뱅킹을 할 때 시각장애인은 스마트폰 푸시(PUSH) 알림을 받아 앱을 실행한 뒤, 익숙한 6자리 비밀번호를 누르면 OTP번호가 자동으로 입력된다.
상대방 계좌번호나 이체 금액 등 어쩔수 없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단계를 없애버린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들이 OTP 번호를 입력할 때 익숙하지 않은 번호를 입력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움이 있다"며 "디지털OTP는 익숙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돼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텔레뱅킹을 이용할 때만 디지털OTP를 사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경증 시각장애인이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때도 디지털OTP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이용 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이번 서비스가 우리은행에서만 시행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시각장애인들도 여러 시중은행들과 거래를 하고 있지만 이번 디지털OTP는 우리은행에서만 제공돼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있다"며 "다른 은행에서도 해당 서비스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디지털OTP는 금융결제원을 통해 서비스된다. 해당 은행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사설 인증이 아닌 공인인증이다. 제휴만 이뤄진다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향후 제휴나 앱 개발 등을 거쳐 다른 은행 등으로 확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용 디지털OTP 서비스는 우리은행 영업점에서 신청할 수 있다. 신분증과 장애인등록증을 준비해야 하며, 본인명의 스마트폰에 디지털OTP 앱을 설치한 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