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금융당국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만 공매도할 수 있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홍콩처럼 공매도 가능 종목을 일정 기준에 따라 지정하는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 제도를 추진 가능한 방안으로 결론짓고 도입 여부를 금융위와 협의 중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2018년 4월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에 따른 소위 '유령주식' 사태 이후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홍콩식 공매도 제도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금감원은 해외 사례를 검토했고 시총 등 규모별로 공매도 가능종목을 지정하는 방안이 실효성이 가장 높다고 결론 내렸다.
중·소형주는 대형주와 비교해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이 높고 공매도 제한으로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상대적으로 작아,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추진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코스피·코스닥 시장별로 공매도 가능종목을 지정하는 방안과 업종별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시장 불균형이 우려되고 국내 주식 시장 전반의 유동성과 효율성을 저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홍콩이 공매도 규제 면에서 우리와 유사한 점이 있다"며 "검토안을 금융위에 전달했고 이후 협의하고 있는데 정책 결정 사안이다 보니 금융위가 최종 판단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홍콩은 시총이 30억홍콩달러(약 4700억원) 이상이면서 12개월 시총 회전율이 60% 이상인 종목 등을 공매도 가능종목으로 지정해 허용하고 있다. 홍콩거래소가 수시로 지정 종목을 점검해 변경한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그동안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에 공매도 정책의 초점을 맞춰온 만큼 홍콩식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 제도 도입에는 아직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편이다.
우선 홍콩 외에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 제도를 도입한 곳이 없어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또, 제도를 도입할 경우 주식 시장 전반의 유동성과 효율성이 저하되고 자칫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증시 유동성을 높이고 제 가격을 빠르게 찾아주는 순기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