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지난달 증시 주변을 맴도는 부동자금이 124조원 규모로 늘어나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정부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증시 주변 자금은 124조90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보다 8조7663억원 증가한 수준이자, 2018년 1월 말(117조9339억원)의 기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이는 △투자자예탁금(31조2124억원) △파생상품거래예수금(8조7972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73조4829억원) △위탁매매 미수금(2051억원) △신용융자 잔고(10조3726억원) △신용대주 잔고(2046억원) 등을 합한 것이다.
지난달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국내외 증시에서 연출된 폭락장에도 증시 주변으로 자금이 몰린 것은 향후 경기 부양 정책 등에 따른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1.50~1.75%에서 연 1.00~1.25%로 0.5%p 전격 인하하며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에 첫발을 뗐다.
연준이 선제적인 처방에 나선 만큼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도 금리 인하와 자산매입 규모 대상 확대 등의 통화 완화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준의 '긴급 처방'에 한국은행이 내달 9일 정례회의 전에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이번 추경은 감염병 대응을 위한 추경 중에서는 역대 최대이며 총액 기준으로는 역대 네 번째여서 '슈퍼 추경'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과거 사스와 메르스 때 코스피가 하락했다가 결국 회복세를 보인 학습효과도 있다.
사스가 발병했던 2002년 말 620선이었던 코스피는 2003년 3월 510선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반등해 그해 말 810선으로 마무리했다. 메르스가 창궐한 2015년에도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지 2120선을 넘었지만 5월 첫 감염자가 나오자 8월 1820선까지 떨어졌고 이후 반등해 연말에는 1960선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확진자가 하루 500명을 넘는 상황이 일주일 가까이 진행되고 있고 지역감염 확산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또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 하향 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심리적 불안감이 완화돼야 본격적인 주가 반등국면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전염병 발생 당시 확진자 수 증가 속도 둔화 등을 통해 질병에 대한 불안감이 진정될 때 반등이 나타났다"며 "변곡점 형성을 위한 중요조건으로 확진자 수 증가 속도가 진정되는 모습이 확인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