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에 있는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구로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예상보다 많은 64명을 넘어서면서 금융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4명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집단감염이다.
이날 대구지역 신규 환자는 92명으로 14일 만에 100명 미만으로 내려갔지만, 구로 콜센터의 집단감염이 확인되면서 서울(11명) 경기(11명) 인천(4명) 등 수도권 확진자는 크게 늘었다. 구로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확진자의 구체적 거주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집단감염 장소가 보험사 콜센터라는 점에서 금융권 전반의 콜센터 방역에 대한 비상등이 켜졌다.
시중은행의 경우 고객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콜센터 인력도 손해보험사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은행의 콜센터 인력규모는 3천539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각 은행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콜센터 건물 방역, 열 체크 등 본점과 영업점에 준하는 방역을 실시하는 한편 대체사업장도 2개에서 많게는 5개까지 마련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은 서울과 대전에, 신한은행은 서울(강남)과 인천에, 하나은행은 서울과 대전에, 우리은행은 서울과 천안에 각각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각 은행들은 현재의 콜센터가 위치한 지역과 가까운 곳에 대체사업장을 마련해 인력을 분산 운용중이다. 대체사업장에 대한 방역 역시 본점에 준하는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층간 이동금지와 함께 근무층 화장실만 이용하게 하는 등 이동경로를 제한하는 한편 혼잡시간을 피해 출퇴근 시간도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콜센터 업무 특성상 옆 근무자와의 간격이 좁을수 밖에 없어 추가적인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사태를 대비해 콜센터 인력의 재택근무 적용이 보다 유연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10일 성명을 통해 "콜센터의 업무환경 특성상 노동자 사이의 간격이 매우 비좁을 수 밖에 없고, 통화를 위한 발성이 일상 업무인 점을 볼 때, 이러한 집단 감염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합은 "국가적 재난 상태에서 콜수, 통화성공수 등 성과 측정으로 콜센터 노동자들을 내몰았던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며 "정부 역시 취약 노동자 보호를 위한 대책 수립 기조로 전환하고, 현장 밀착형으로 노동자들을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콜센터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마련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미 상담원 재택근무를 위한 망분리 보안기준에 대해 ‘비조치의견서’를 통해 허용 조치한 금융당국 역시 금융기관 콜센터 운영 방식에 대한 추가적인 권고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콜센터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등의 '콜센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확대해 콜센터 재택근무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게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