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끝없이 추락할 것만 같았던 국제유가가 폭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가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최대 150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 감산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급등의 주효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4.67%(5.01달러) 뛴 25.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장중 35%까지 치솟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17.8%(4.40달러) 오른 배럴당 29.14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최대 47% 폭등해 배럴당 36.29달러까지 터치하기도 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가능성을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이 급등세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사우디와 러시아 감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유가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투자심리 회복으로 이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한 내 친구 'MBS(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방금 얘기했다"면서 "나는 그들이 약 (원유) 1000만배럴을 감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희망한다.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산 규모가) 1500만배럴에 이를 수도 있다"고도 했다.
또 미 경제매체인 C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자신이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얘기를 했다"면서 "두 나라가 1천만배럴의 원유 감산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며, 감산 규모가 1500만배럴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제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에다 러시아와 사우디 간 유가 전쟁까지 겹치면서 최근 잇따라 폭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선물은 지난달 30일 1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WTI는 지난달 54% 이상 급락했다.
이날 치솟던 유가는 트럼프 트위터 직후 폭등분을 절반 가까이 반납하고 마감됐다. 트럼프의 트위터에서는 산유국들 사이 감산 쿼터를 어떻게 배분할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 협상을 시작할 개연성은 높아졌다는 점에서 유가는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20%대 폭등세를 지켜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제도(연준) 총재는 CNBC방송에서 감산 가능성에 대해 "단기적으로 에너지 업계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안전자산인 국제 금값은 5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2.9%(46.30달러) 급등한 1637.70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