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소득하위 70%→전 국민'으로 확대"
선거 앞둔 포퓰리즘 논란, '공론화' 선택한 듯
[서울파이낸스 이슈팀] 청와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해 지급하자는 주장이 여야에서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정부는 국민께 지원금이 하루속히 지급될 수 있도록 신속히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7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한 청와대의 입장을 이같이 전했다.
통신은 여야가 모두 '100% 지급안'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정치권의 요구에 수용의 여지를 열어두고 검토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정치권의 의견에 대해, 청와대 역시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뜻인가'라는 물음에는 "국회에서 심의 과정을 거칠 것이며, 거기서 여러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닫아뒀다고 얘기하지는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청와대가 포퓰리즘 논란을 빚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직접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국회로 공을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국가 재정 부담 악화 등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지기보다는 국회로 넘겨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주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전 국민의 70%인 1천4백만가구에 대해 1백만원(4인 가구 기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경우 약 7조원의 재원이 소요되는데, 정부는 국채 발행 없이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런데,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전날 모든 국민에게 5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황 대표는 이날도 자신의 SNS에 "총선 전이라도 최대한 빨리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국민들은 생계가 막막해 속이 타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70%, 이해찬 여당 대표는 100%로 재난지원금 기준이 오락가락, 지지부진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대표는 이어 "긴급재난지원금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전 국민 50만원, 4인 가구에는 200만원을 하루라도 빨리 지급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재원은 이미 확보된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면 된다"며 "정부는 선거 전이라도 최대한 빨리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전날 부산 선대위에서 "지역·소득·계층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소득하위 70%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여야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한다면 정부 역시 지체 없이 수용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긴급재난지원금을 결정하기 위한 당·정·청 협의 과정에서도 재난지원금 규모와 지급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재정 여력 등의 이유로 규모와 지급 대상 확대에 사실상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는 지난달 30일 소득 하위 70% 가구에 4인 기준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발표했다.
한편 황 대표의 주장대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50만원씩 지급할 경우 소요재원은 25조가량으로 추정되며, 더불어민주당의 전 국민대상 1백만원 지급을 실행할 경우 11조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정부가 확정한 소득하위 70% 안대로 실행할 경우 소요재원은 약 7조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