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와 '자상한 기업' 업무협약 맺고도 '소극적'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은행권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에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이차보전 대출' 공급 압박에 대해서는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모든 소상공인들에게 대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은행이 위험부담을 온전히 다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차보전 대출은 정부가 저리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지원자금의 조달 금리와 일반 대출 금리의 차이를 보전하는 것을 말한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과 '자상한 기업' 업무협약을 맺고 나이스신용평가(CB) 기준 1~3등급 소상공인들에 대한 원활한 자금지원을 약속받았다.
시중은행의 '이차보전' 대출이 내부 신용평가에 따라 진행되면서 거절 사례가 다수 발생했고, 실행 금액도 은행별로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자 기준을 통일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장관이 4대 은행장들을 직접 만나 이차보전 대출을 독려했다. 업무협약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대출을 확대하라는 압박이다.
당근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안전법상 재난에 따른 금융지원에 대해서는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중대한 절차상 하자만 없다면 면책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원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과 예대율 규제를 완화하는 등 조치도 준비중이다. 은행의 대출 여력에 좀 더 여유를 주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러 정책들 중 은행 대출 연체 등 부실 방지·지원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대출을 늘리라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은 은행이 지라고 등 떠미는 형국이다. 이차보전 대출에서 정부가 감당하는 건 소상공인이 지급해야할 이자 일부다.
정부와 달리 은행은 소상공인의 향후 부실 정도를 예측할 수 없어 부담이 아주 크다. 이차보전 대출은 은행 재원으로 실행되는 신용대출이다. 담보가 없기 때문에 부실이 발생하면 회수가 어렵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인사업자 대출은 금융지원 등의 영향으로 3조8000억원 늘어 관련 통계 작성이래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들이 한 달만 연체해도 은행은 7%인 2660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상공인 대출의 연체가 본격화할 경우 이차보전 대출은 은행 부실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이 소상공인을 기업은행으로 유도하는 등 이차보전 대출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이유다.
기업은행의 초저금리대출은 지역신용보증재단으로부터 보증서 발급 업무를 위임받아 대출해준다. 부실이 생겨도 지역신용보증재단과 나눠지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사고가 터지면 은행이 다 떠안아야 한다"며 "그 때 정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은행 리스크 관리에 대해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면책에 대해서 얘기할 게 아니라 기업은행처럼 보증부 대출을 한다면 시중은행도 얼마던지 금융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