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기자님은 그만 오세요. 차기 회의부터 언론사는 참관 제한할 겁니다", "도대체 이유가 뭐죠?", "취재 목적이라서 안 됩니다. 회의록 참고하세요"
세계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분투하고 있었던 지난달 말. 서울 상공회의소 한켠에서는 공청회 출입을 둘러싸고 기자들과 정부 관계자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가 1년 동안 활동한 첫 결과물을 공개하고 시민 의견을 듣는 자리였지만 기자들은 현장 사진 한 장 찍지 못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외부인은 온라인으로 시청하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회의장 밖에서 만난 위원장은 한 술 더 떴다. 이제부터 재검토위 정기회의에 언론사는 참관 자체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
재검토위를 둘러싼 무수한 뒷말은 이날 온라인 '공개' 토론회로 정점을 찍었다. 공론화 순서로 인한 지역갈등과 독립성이 보장된 방폐물관리위원회 설립 필요성, 전문가 위원의 보이콧 선언 등과 맞물려 공청회조차 공론화에 대한 의구심만 높여준 모양새다. 이번 토론회는 개최 전날까지 패널도 공개되지 않았다. 문의를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말뿐이었다.
질의와 답변 방식도 문제였다. 토론 대상이 된 전문가그룹 보고서는 미리 공개됐지만 공청회 시작 전까지 홈페이지에 게재한 질문에 한해서만 답변했다. 그렇다면 토론 과정에서 나온 내용은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구색이라도 맞추려면 적어도 이날 공청회 종료 후 질의응답 시간을 따로 만들어야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대체했다면 사태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개최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었을까. 하루 전날 패널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면 말이다. 전문가그룹 보고서는 향후 숙의 과정에서 공식 자료로 활용되는 만큼 이번 공청회는 10만년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1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태양광 제품 탄소인증제 도입과 관련된 공청회 개최를 공고한 바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30일까지 17일 동안 전자공청회를, 28일에는 현장공청회도 연다는 계획이다. 현장공청회의 경우 온‧오프라인 참여 모두 가능하며, 공청회 후에도 충분한 의견 개진 시간이 주어진다. 동일 부처가 연관된 공청회인데도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검토위는 출범 이후 1~2주 간격으로 회의를 개최해왔다. 사전 신청만 한다면 누구라도 회의 참관이 가능했다. 회의장 수용 능력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모든 신청자 참관을 불허했던 18차 회의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러나 지난달 4일 열린 21차 회의부터는 참관이 '일시' 중지됐다. 코로나로 인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언론사 참관은 제한하겠다는데 굳이 이같은 언급을 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